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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목소리를 딥페이크로 재현한 다큐멘터리 논란

미국 요리사이자 프로그램 사회자인 안소니 부르댕(Anthony Bourdain)가 2018년 사망할 때까지 반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로드러너(Roadrunner : A Film About Anthony Bourdain)가 2021년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됐다. 이 영상은 고인이 편집로 남긴 말을 딥페이크 기술로 본인 음성으로 재현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인터넷에선 본인이 말하지 않은 걸 AI로 합성하고 말하는 것처럼 한 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명 요리사이자 작가, 방송 진행자로 활약했던 안소니 부르댕의 생애와 경력을 그리고 있다. 제작진을 지휘한 건 모건 네빌 감독이다. 보도에 따르면 극중에는 부르댕의 친구이자 화가인 데이비드 조가 부르댕에게 받은 이메일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부르댕의 고뇌를 엮는 문장을 읽는 장면은 조의 목소리에서 부르댕의 목소리로 바뀌는 연출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 대해 네빌 감독은 영화 속에서 TV, 라디오,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에서 추출한 부르댕 목소리를 연결해서 사용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필요한 3개 장면에 대해선 녹음된 음성 자료가 없었고 그래서 소프트웨어 기업에 의뢰해 12시간 분량 녹음 데이터를 제공해 AI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AI가 합성한 음성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네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만일을 위해 부르댕 미망인과 유산 관리자에게 문의한 결과 그라면 분명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에선 부르댕이 남긴 말을 합성 음성으로 재현했다는 네빌 감독의 발언이 SNS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또 부르댕의 전처도 트위터를 통해 동의했다고 말한 건 자신이 아니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부르댕이 실제로 말한 음성이 여러 시간 사용됐으니 그의 목소리를 AI로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보다 그가 가장 사랑한 사람들에게 그의 얘기를 읽어 달라고 하는 게 훨씬 진정성이 있지 않았겠냐고 적었다.

한 저널리즘 전문가는 딥페이크 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저널리즘에 이용하면 큰 윤리적 딜레마가 생긴다며 이런 종류 기술이 소설에서 쓰인다면 더 너그럽게 받아들여지겠지만 다큐멘터리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속았다는 생각에 더 예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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