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는 대기가 있다. 하지만 이 중 95%는 이산화탄소이며 3%가 질소, 1.6%는 아르곤이다. 또 대기압은 지구보다 1,000분의 6 정도 밖에 없다. 만일 우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의식을 잃고 질식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처럼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생물, 미생물이나 균류라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독일항공우주센터 DLR이 2019년 공동 실시한 실험인 마스박스(MARSBOx)는 열기구에 매단 상자에 몇 가지 균류와 미생물을 실어 성층권 높이까지 비행했다. 화성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멸하지 않는 세균이나 미생물이 존재하면 언젠가 실현하게 될 화성 유인 임무 중 지구에서 가져간 균류가 화성에서 번식, 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온라인 학술지 미생물학프론티어(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한 마스박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생물 대부분은 성층권 환경에서 6시간 반 실험 동안 사멸했다. 하지만 검은곰팡이균 포자는 공기 압력, 온도와 지구보다 1,000배 자외선을 받는 화성 환경 시뮬레이션에서 살아남아 지상에서 돌아온 뒤 활동을 재개하는 게 확인됐다.
분석-생분석화학(Analytical and Bioanalytical Chemistry)에 2016년 발표된 연구에선 검은 곰팡이에 오염된 건물에 사람이 오래 있으면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거나 두통과 현기증, 만성 피로를 일으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상이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곧바로 복구될 문제지만 이는 화성 유인탐사로 향하는 우주선이나 화성 기지라면 병원 같은 치료는 어렵다.
물론 검은 곰팡이 여부는 차치하고 화성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살아있는 미생물이 있는 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연구팀은 마스박스 실험에 대해 화성에 장기 유인 탐사는 미생물이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성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면서 한편으론 미생물이 유용한 것도 있으며 이런 미생물이 지구 이외 환경에서도 적합하다면 지구 이외 장소에서 식량과 물자를 자급자족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선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외계 환경에 일정 기간 노출되어도 살아난 생물로는 유럽우주국 ESA가 2007년 실시한 궤도 실험에서 우주 공간에 10일 노출된 상태에서 살아 돌아온 곰벌레가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이에 비하면 성층권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실험이며 2억 2,500만km 너머 화성에서 실제로 확인된 건 없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