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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난민, 위챗 中정부 검열 위험 알지만…

메신저 앱 위챗(WeChat)은 중국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것으로 중국 정부 검열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챗은 중국 정부에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앱이지만 중국과 인도 등 해외로 도주한 티베트 난민은 중국에 남아 가족과 친구간 상호 작용에 위챗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 삼촌과 함께 티베트에서 탈출해 인도로 망명한 난민 텐진 최닥(Tenzin Choedak)은 티베트에 남은 가족과 연락할 방법이 고가 고정 전화 밖에 없었다. 소년이었던 그는 자유롭게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없었지만 20대 초반이 되면서 그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위챗을 이용해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텐센트가 2011년 개발한 위챗은 인도에 사는 티베트 난민 9만 명에게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됐다. 티베트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위챗은 난민이 티베트에 남은 가족과 연락을 취할 귀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한다.

위챗은 사용자 발언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메시지를 보낸 사용자 게정을 정지하는 등 조치를 맡고 있으며 중국 정부 검열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그럼에도 티베트 난민 대부분은 중국에 남아 가족, 친구와 연락을 도와주는 위챗을 믿고 있다. 인도 티베트정책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텐진 달하(Tenzin Dalha)는 티베트 난민에게 위챗이 사랑하는 사람과 얘기를 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티베트 난민 사이에서 위챗이 인기를 끌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6년 열린 중앙티베트행정부 CTA 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가 위챗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펼쳤다. 티베트 망명 정부인 CTA는 티베트인 학교 감독과 난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실시하고 중국에 대해 엄격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후보자는 위챗 그룹을 만들어 캠페인을 실시, 유권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위챗은 망명 중인 난민을 포함한 전 세계 티베트인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 검열과 감시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위챗은 중국을 거점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사용자 정보를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위챗은 중국 정부 요청에 따라 검열에 종사한다는 논란이 정보를 공유하는 사용자 계정에 플래그를 세우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며 티베트는 응용 프로그램 사용과 관련한 위험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티즌랩(The Citizen Lab)에 따르면 티베트 독립 운동, 티베트 해방, 티베트 인권단체, 티베트 청년회의 같은 단어가 위챗에서 차단된다는 것. 사용하는 키워드에 따라 전체 대화가 검열되거나 게정으로 몬니터링하도록 플래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티베트행동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9년에만 티베트인 최소 29명이 위챗 제출 관련해 체포, 구금됐다고 한다. 2019년 7월에는 쓰촨성 출신 티베트인 남성이 위챗에서 달라이 라마 사진을 공유해 10일간 구금됐고 12월에는 환경 운동가를 포함한 9명이 티베트 지방 정부 부패와 환경 보호에 관한 위챗 그룹을 만들어 최고 7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2020년 7월에는 달라이 라마에게 드리는 노래를 위챗에서 공유한 뮤지션 2명이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티베트인 상당수는 위챗에서 정치적 논쟁을 피하며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독립 운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은어를 이용한 민감한 사용자도 있으며 티베트 정치 정세를 요구하기 위해 날씨는 어떻냐거나 달라이 라마를 아저씨, 중국 정부 관리를 이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위챗은 원격 서버를 통해 메시지를 다른 사용자에게 도달하기 전에 메시지를 삭제하기 위해 티베트 사용자는 도대체 어떤 말이 검열에 걸리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텍스트를 보낼 때 자기 검열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또 2020년 6월 인도와 중국 국경 부근에서 양국군이 충돌해 적어도 인도 병사 20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인도 정부는 틱톡과 위챗을 포함한 중국산 앱 59개에 대한 사용 금지를 발표했다. 대상이 된 앱은 거의 2주 동안 작동하지 않았지만 VPN을 이용해도 위챗으로 연락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인도 정부의 중국산 안드로이드 금지는 티베트 난민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가족과 연락을 할 수 없게 된 걸 슬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중국 정부가 검열할 위험이 있는 위챗에서 탈피할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티베트 청년 회의는 1980년에도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중국산 앱을 대상으로 보이콧 캠페인을 전개할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티베트 청년 회의 출신 관계자는 보안상 문제로 중국산 앱을 삭제하도록 호소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가족과 연락하는데 위챗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운동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인도 정부의 중국산 안드로이드 금지는 간접적으로 티베트 청년회의 대의를 도왔다고 말했다.

티베트 난민 활동가들은 많은 난민이 위챗에서 탈피하는 걸 장려하는 한편 위챗은 중국에 남은 사람과 연락에 사용이 금지되면 불편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대안으로는 VPN을 이용해 중국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회피하거나 개인 전화번호를 알 수 없는 암호화 앱을 이용해 교환하는 걸 제안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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