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2070년 지구 20%가 사하라사막처럼?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 배출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아직 사하라 사막 일부 밖에 안 되는 극단적 더위가 지구상 20%, 그러니까 인류 중 3분의 1이 거주하는 곳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한다. PNAS에 게재된 이 논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한 설득력 있는 자료를 내세우고 있다.

연구팀은 6,000년 이전까지의 역사적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기후 조건을 추렸다. 이에 따르면 모든 수준 강수량을 품고 모든 종류 토양에 적응해온 인간 생존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더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연평균 기온 11도에서 15도라는 좁은 온도 범위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작물이 가장 잘 자라고 가축 생산성도 높은 이 지역을 연구팀은 인간의 기후 틈새 그러니까 인간에 적합한 기후를 가진 곳이라고 정의한다.

불행하게도 기후 변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견딜 수 없는 더위로 생산성을 잃고 전세계인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뉴델리, 두바이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더운 곳에서도 어떻게든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 기후변화가 이를 바꿔놓을지 모른다.

이 연구는 탄소배출량이 극단적으로 증가하는 시나리오 RCP8.5를 이용해 금세기말 인간의 기후 틈새가 무슨 일이 될지 모델링했다. 그 결과 작은 기후 틈새가 더 축소된다는 것. 사하라 사막은 연평균 기온이 29도를 넘어 인간의 기후 틈새의 끝을 알리는 장소 중 하나다. 하지만 사하라 정도로 더운 지역은 전 세계 육지 중 0.8% 밖에 없다.

그런데 2070년까지 이 정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장소는 육지 중 20% 근처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30억명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수 있다. 과거 인간이 1년 살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또 앞으로 50년간 기온 급상승은 적어도 인류 문명이 가장 번성했던 과거 6,000년 경험한 적도 없는 극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도에서 보면 하단 지도 빨간색 부분이 생존이 어려워지는 지역이다. 브라질이나 중동, 인도 대부분이 그렇다. 빈곤층이 많은 지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지만 개발도상국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다. 미국 남부와 호주, 일부 유럽 지중해 지역도 적정 온도라 부를 수 없는 더위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과학자들이 금세기말에는 모두 시베리아로 이주하고 싶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던 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는 한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기온이 크게 상승하는 뜨거운 영역에서 대이동은 틀림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070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의 기후 틈새 한계를 넘은 일부 지역에선 이미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