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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엔지니어가 우려한 ‘MS 윈도를 위협하는 것’

벤 슬리브카(Ben Slivka)는 마이크로소프트 전 엔지니어로 1995년 경부터 미래 윈도에 있어 웹이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2020년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이 왜 윈도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주장했을까.

그는 1994년 10월경 인터넷 익스플로러1 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팀을 이끌었고 1996년 8월 인터넷 익스플로러3이 나올 당시에는 개발팀 수는 67명에 이르렀다. 슬리브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개발할 무렵 거의 수면을 하지 못했고 1994년 10월부터 1996년 8월까지 17개월은 주당 80∼100시간 가량 일해야 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슬리브카 역시 개발팀을 대표해 1995년 인터넷의 미랭에 대해 정리한 문서(The Web is the Next Platform)를 공개했다.

문서 시작 부분에는 웹은 흥미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로 존재하고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웹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 필적하고 윈도 이상 본격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웹은 윈도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슬리브카가 문서를 공개한 당시는 윈도95가 출시되기 몇 개월 전이었다. 슬리브카는 당시를 회상하며 웹은 윈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 문서를 읽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그다지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왜 슬리브카는 웹이 윈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을까. 웹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앞으로 PC 이외의 기기에 제공될 수 있다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다. 슬리브카가 문서를 공개한 1995년 당시 일반 가정에선 윈도 등 운영체제를 탑재한 PC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웹브랑우저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슬리브카는 문서에서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웹이 운영체제에 의존하지 않는 응용 프로그램이라면서 예를 들어 TV에 연결하면 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업체가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제품이 등장하면 값비싼 PC는 필요 없고 PC를 갖고 있지 않은 가정 대부분은 PC 구입을 고려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슬리브카는 또 타개책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웹에서 영향력이 있는 존재가 되려면 다양한 웹 지원을 제품을 탑재해야 한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서 웹 시장 점유율이 있다면 웹 확대와 형성에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인터넷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밑돌고 있으며 2020년 1월 등장한 크로늄 버전 마이크로소프트 엣지(Microsoft Edge)도 점유율 탈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슬리브카의 말처럼 웹이 윈도의 위협이며 윈도는 웹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상황은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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