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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가 보낸 데이터 “태양권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발사한 쌍둥이 행성 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는 지난 1977년 우주로 향했다. 목성과 토성, 천왕성, 명왕성 등을 차례로 관측하고 지난 2018년 11월 1호보다 속도가 느린 보이저 2호까지 마침내 태양권을 떠나는데 성공했다.

지금 보이저 2호는 항성과 항성 사이에 퍼져 있는 성간 공간을 초당 15.65km 속도로 이동하면서 지구로 관측 데이터를 계속 보내고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인공물 중 인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42년간 활약 중인 무거운 탐사선은 성간 공간에서 뭘 봤을까.

나사에 따르면 태양권은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하전입자,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이 미치는 범위의 공간이다. 태양에서 바깥쪽으로 부는 태양풍은 성간 공간에서 반대 방향으로 불어오는 성간풍과 충돌한다. 이 충돌하는 경계면이 말단 충격파면(termination shock)이다. 태양풍의 힘은 여기에서 크게 줄고 태양 권계면(heliopause)에 도달할 때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태양 권계면은 태양권과 별 공간을 나누는 경계선으로 그 앞에는 성간 공간이 펼쳐져 있다.

나사 측은 태양권이 성간 공간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 은항의 소용돌이와 함께 공전하는 태양계는 이동한다. 태양 주위 행성을 감싸고 휘몰아치는 성간 바람이나 우주선을 막으면서 우주를 진행하는 것이다. 또 혜성처럼 길게 긴 꼬리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보이저 1호와 2호는 무사히 이런 말단 충격파면을 넘어 태양 권계면도 넘어 성간 공간으로 튀어 나간 것이다. 다행히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이저에 탑재한 관측 장비는 잘 동작하고 있다. 물론 보이저 1호에 탑재한 플라즈마 관측 장비 하나는 1980년 이후 쓸 수 없게 됐지만.

보이저 2호는 자기장과 우주선, 플라즈마, 플라즈마 파동 등을 관측하는 장치를 탑재했고 성간 공간이 어떤 장소인지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천문학회지(Nature Astronomy)에 한꺼번에 논문 5개가 동시에 발표됐다. 이를 통해 거의 예측하던 태양권의 모습이 알려진 것.

먼저 태양 거리에서 성간 공간으로 바뀌면서 플라즈마 밀도는 20배 증가했다고 한다. 보이저 1호가 태양 권계면을 돌파했을 때 이미 과학자들이 추측하던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거리로 150천문단위, 그러니까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150배 떨어져 있음에도 태양으로부터 거의 같은 거리에서 태양 권게면을 통과했다. 태양 권계면은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발견도 있다. 2012년 보이저1호가 태양 권게면을 통과할 때 태양권 외곽 성간공간은 플라즈마 밀도가 예상보다 높고 분명히 플라즈마가 어떤 이유로 압축되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보이저2호가 태양 권계면을 통과할 때 심지어 플라즈마 온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태양 권계면 내부에서 플라즈마 밀도가 높았다는 건 압축설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문제는 왜 압축되어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나사에 따르면 태양권이 성간 공간에 떠도는 배라면 선체 곳곳에 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보이저1호는 배의 뱃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돌파했지만 보이저2호는 배 측면을 돌파했는데 이 때 태양권에서 조금 입자가 누출되는 걸 발견한 것이다. 뱃머리는 견고하지만 측면은 의외로 침투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역시 태양권 형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태양 권계면을 끼고 태양권 내외부 사이에는 자기장이 동시에 나란히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보이저1호에도 관측된 것이지만 한 번 밖에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과연 보편적인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이저2호가 다른 장소에서 태양 권계면을 돌파할 때에도 똑같은 결과가 관측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다만 불행하게도 태양권이 혜성처럼 낀 꼬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선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의 전인미답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물론 수명이 다해가는 것도 사실이다. 남은 연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보이저의 수명이 결정된다. 어쨌든 보이저가 작동하는 동안 관측 자료를 모으고 인류가 접해본 적이 없는 성간 공간과 우리를 지켜주는 태양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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