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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車 포기한 다이슨, 이유는…

영국 다이슨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2017년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다이슨의 성과를 실제로 만나보기는 어렵게 됐다.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이기도 한 제임스 다이슨이 지난 10월 10일 전기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는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다이슨 자동차는 독창적이고 자사 철학에 충실히 접근해 좋은 자동차를 개발해왔지만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불행하게도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쉽게 말해 좋은 전기 자동차는 완성되고 있지만 팔릴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다이슨은 어떤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었을까. 다이슨 공식 트위터에 게재된 특허 의장 등록 이미지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3열 시트를 갖춘 SUV로 긴 휠베이스와 짧은 전후 오버행을 특징으로 삼는다. 전자는 넓은 차량을 위해, 후자는 험로 주파성에 중요한 접근 각도와 앵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려도 차체 전후가 지상을 방해하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얘기다.

또 앞유리와 SUV치곤 낮은 전고는 공기 저항을 줄여 항속 거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좌석 바닥에는 다이슨 고유의 얇은 배터리팩이 깔려 있다. 또 바퀴를 구동하기 위해 다이슨은 자사 가전 제품에 이용하는 디지털 모터라는 상표를 자동차에 쓰기 위한 등록도 지난 2018년 마친 바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이 자동차에 대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닌 프리미엄EV가 될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2년간 기존 자동차 업체도 비슷한 고급 SUV를 계획 중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모델X, 영국 재규어는 아이페이스(I-PACE)라는 전기 SUV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 모두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국 럭셔리 SUV 메이커로 유명한 랜드로버도 신형 EV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그룹도 이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포르쉐는 첫 상용 EV인 타이칸을 발표했지만 최근 유일하게 스포티한 SUV 분야에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이 회사가 머지않아 전기 SUV를 내놓을 것이라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들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보유한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하면서 중국 등에서 속속 쏟아지는 새로운 EV 제조사와도 싸워야 한다. 다이슨이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이런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다이슨은 지금까지 2억 파운드를 전기 자동차 사업에 투자했다. 영국 공항에 테스트 코스를 갖춘 개발 시설을 건설하고 이미 완성되어 있는 초기 프로토타입 주행 테스트를 실시했다. 싱가포르에는 생산 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었으며 2021년부터 이곳에서 EV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523명 직원이 이 프로젝트를 참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기 자동차 개발은 포기하겠다고 결정했지만 다이슨은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한 전고체 전지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전해질에 기존 액체가 아닌 고체를 이용한 전고체 전지는 현재 많은 전기 자동차가 채택한 리튬이온 전지와 견주면 소형화, 대용량화는 물론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열이나 환경 변화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일 실용화된다면 전기 자동차 성능과 실용성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다이슨이 수익성에 대한 가망이 없는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이슨은 2000년 드럼이 역회전하는 세탁기를 개발했지만 비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생산을 중단헀다. 일단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은 세상에 내놓을 제품을 만들 때까지 5,127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면서 다시 말해 5,126번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어떤 실패에서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이런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해결책에 도달했고 그래서 실패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실패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반드시 뭔가를 알려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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