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IT기기에서 우주공학까지…티타늄은 어떤 소재일까

티타늄은 자동차 머플러나 애플워치 등 주변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다. 원래 항공기나 로켓 등을 위한 부품 소재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해수 담수화 장치나 해상 교각, 열교환기 등에도 사용된다. 건축 분야에서도 지붕이나 벽 재료 혹은 난간, 기념비 등에 쓰이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의료기기에도 임플란트 인공 치근 등에 사용한다.

티타늄은 가전 기기에도 사용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머플러, 카메라와 골프 클럽, 안경테, 등산용품과 아웃도어 용품, 예전에는 티타늄 파워북 같은 제품도 있었다. 최근에는 시계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티타늄이라는 금속 자체는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까. 티타늄의 특징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가벼움과 강함이라고 할 수 있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보다 40% 가량 가볍고 비중대비 강도, 비강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대상과 같은 부피의 물의 질량비가 스테인리스가 7.9인데 비해 티타늄은 4.51이다. 다시 말해 같은 강도를 만들 경우 티타늄은 스테인리스보다 가볍다.

같은 소재로 알루미늄도 있지만 무게만 따지면 티타늄 쪽이 무겁다. 하지만 비강 쪽을 보면 티타늄이 높기 때문에 같은 강도 물건을 만들면 알루미늄보다 티타늄 쪽이 가볍다. 또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보다 녹슬기 어렵다는 것도 티타늄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전혀 녹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부식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특징 덕에 우주나 항공 관련 분야에도 쓰인 것이다.

티타늄의 숨겨진 특징으로는 금속 알레르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티타늄 표면에 형성되는 부동태 산화 피막 덕이다. 따라서 항상 피부에 닿는 시계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광택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처럼 반짝거리는 광택감은 없다. 광택을 내려면 상당히 손이 들어간다. 또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보다 부드럽다는 단점도 있다. 비강도는 높지만 단순히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알루미늄을 비교하면 티타늄 쪽이 부드럽다는 것.

물론 부드러운 티타늄이라는 건 100% 티타늄일 때 얘기다. 보통 경도를 내기 위해 티타늄에 알루미늄 등을 첨가한 티타늄 합금을 이용한다. 이런 부드러움에 대한 약점으론 찰과상에 약하다는 걸 들 수 있는데 순수 티타늄은 내마모성이 낮은 탓에 상처나기 쉽다. 가볍고 강하고 녹슬지 않지만 광택이 어렵고 찰과상에 약하다는 게 티타늄의 특징인 것이다.

티타늄이라고 하면 보통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스테인리스와 알류미늄보다 가격대도 높다. 티타늄이 더 비싼 건 귀중한 금속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사실 티타늄은 지구상에서 5번째 정도에 해당하는 매장량이 많은 금속이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가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티타늄은 산화되기 쉬운 성질이 있다. 티타늄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채굴한 산화티탄 또는 이를 포함한 광물을 합성하고 분쇄하거나 녹이는 등 가공할 nt 있는 금속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산화 티타늄은 이런 공정을 모두 진공 혹은 아르곤이나 헬륨 등 불활성 가스를 충전한 탱크에서 진행해야 한다. 정제에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테인리스보다 10배 가량 가격이 올라간다. 티타늄 소재 자체가 희소가치가 높다기보다는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번거로운 과정이 많이 가는 타셍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다.

티타늄의 색을 바꾸려면 티타늄에 전기를 통해 색을 바꾸는 양극산화법을 이용한다. 티타늄 자체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100가지 이상 발색이 가능하다고 한다. 양극산화법은 티타늄 표면의 산화피막 두께를 바꾸는 것으로 빛 반사를 제어해 발색하는 방법이다. 이론상 가시광선에 포함된 색상이라면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흑색을 배출할 수는 없다. 흰색은 다양한 색을 혼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특정 색을 갖고 양극산화법으론 무리다. 또 흑색은 단순히 어둡다는 밝기 문제이기 때문에 가시광 성분을 이용해 발색, 티타늄의 특성상 흑색이라는 색은 낼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블랙 티타늄도 있다. 어떻게 검게 된 것일까. 사실 블랙 티타늄 탄소 등을 코팅한 것이다. 이런 탄소 코팅은 색상을 검게 할 뿐 아니라 티타늄 표면 경화에도 한 몫 한다. 보기는 쉽게 보이는 흰색이나 검은색도 티타늄에선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