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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버스 노선, 알고리즘으로 바꿨더니…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노란색 스쿨버스를 볼 수 있다. 스쿨버스가 처음 등장한 건 1939년이다. 학생이나 학교, 도로 시스템이 계속 변화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비용도 많이 들면서 스쿨버스의 효율성, 성능 저하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보스턴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는 자녀가 어느 학교에 갈지 몇 곳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다른 지역보다 학교 수가 많아 부모의 선택이 늘수록 필연적으로 버스 노선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보스턴은 다른 지역보다 광범위한 스쿨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학교에선 학생의 우편번호가 20종류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학교마다 시작 시간도 차이가 있어 아침 7시 15분이나 늦으면 9시 30분에 시작하기도 한다. 버스 노선 결정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다.

지난 2017년 보스턴 공립학교에선 학생 인당 픽업 비용이 연간 2,000달러였다. 교육 경비 중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보스턴 공립학교는 익명화된 데이터는 보스턴 학군에 최적화된 경로와 최적의 수업 시작 시간을 알게 해줄지 연구를 하는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보스턴 공립학교 프로젝트 매니저에 따르면 학군 내 교통수단을 둘러싸고 도로 폭이나 휠체어 리프트 유무, 안전시트 유무 등 버스 자체 인프라 문제는 물론 아이에 따라 매년 같은 운전사를 필요로 하는 아동도 있다고 한다. 도어투도어 셔틀을 요하는 어린이도 5,000명에 이른다.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한 MIT 오퍼레이션리서치센터(MIT Operations Research Center)의 아서 들라루(Arthur Delarue)는 이런 문제에 해법이 있지만 해결책은 수백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당시까지 버스 노선 결정은 루트 작성자 10명이 수천 시간 동안 작업을 했다. 하지만 MIT의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1번 작업으로 루트 전체를 만들어 인간 작업원이 조정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

그는 운전자와 교장, 학부모, 학생과 상호 작용하는 루트 매너지의 일은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방문 순서와 루트 디자인은 인간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가치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은 2017년부터 2018년에 걸쳐 처음 알고리즘을 도입해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알고리즘은 수동으로 만든 지도보다 20% 효율적인 루트 지도를 30분 만에 만들ᄋᅠᆻ고 알고리즘을 실행시킬 시간이 길수록 지도 효율성은 올라갔다. 2017년 여름 알고리즘을 이용해 버스 50대를 줄일 수 있었고 연간으로 보면 160만km 주행 거리 감소,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00kg이나 줄였다고 한다. 따라서 학군은 절약한 500만 달러를 교실 설비 투자로 돌릴 수 있었다.

보스턴 공립학교 프로젝트 담당자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다른 버스를 타거나 걷는 거리가 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걷는 시간을 줄이면서 전체 정류장 수를 줄일 수 있었다며 알고리즘을 통한 해법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또 2017년 12월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보스턴 학교위원회는 30년 만에 학교 시작 시간 변경을 승인했다. 이 승인에는 보스턴 전체 중 85% 학교가 참여했다. 8시 이전에 수업 시작 시간을 설정하는 건 10대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MIT 조사에서도 보스턴은 상당수 부모가 느린 수업 시간을 선호한다. 시작 시간 변경을 승인은 이 같은 보고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학교 시작 시간 변경은 실현되지는 못했다. 변경 내용은 고학년 학생의 시작 시간을 늦게 해서 저학년 학생의 시작 시간과 달리 한다는 것이다. 학교 시작 시간을 크게 바꾸면 가정 일정에 영향을 주고 육아 부담이 증가하는 부모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작 시간의 급격한 변화는 없었지만 보스턴 공립학교 매니저는 프로젝트가 도시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보스턴이 제공하는 좋은 연구 잠재력을 이용한 예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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