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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유배섬에 들어설 초고속 해저 케이블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 당국이 지난 7월 19일 구글이 주도하는 해저 케이블 부설 프로젝트인 에퀴아노(Equiano)를 유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구 4,500명에 불과한 이 섬은 이에 따라 초당 테라비트에 이르는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되게 된다.

남대서양에 위치한 세인트헬레나는 영국령 해외 영토 중 하나다. 나폴레옹이 유폐를 온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접근이 어렵다. 이곳에 있는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이용률이 적은 공항으로 불리기도 한다. 통신망이 발달한 건 당연히 아니어서 주민은 초당 50메가비트 위성 회선을 공유하며 인터넷을 쓴다. 이곳의 통신 환경은 마치 전화 접속 회선 수준으로 스카이프는커녕 작은 이미지 파일 하나 읽으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세인트헬레나에 새로 부설되는 건 구글이 주도하는 해저 케이블 부설 프로젝트인 에퀴아노다. 해방 노예의 이름에서 따온 이 프로젝트는 포르투갈에서 남아공까지 기존보다 20배 전송 용량을 갖춘 해저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이다. 세인트헬레나 당국에 따르면 자금은 유럽개발기금을 통해 조달된다.

에퀴아노 케이블은 전송 용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해저 케이블용 신기술인 공간 분할 다중화 SDM 기술을 채택해 용량을 추가하거나 재분배를 하기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에퀴아노 케이블이 제아무리 비용 효율적이라도 인구 5,000명도 안 되는 이 섬에 초당 테라비트 해저케이블을 부설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에퀴아노 케이블이 세인트헬레나 섬에 가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4월 해저 케이블 손상 탓에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아프리카 서쪽 국가 10개국이 3일간이나 인터넷 통신이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또 구체적인 게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앞으로 세인트헬레나를 통해 남대서양을 횡단하는 해저 케이블망을 정비하는 미드애틀랜틱 케이블 허브 구상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인트헬레나에 설치를 예정한 해저 케이블은 에퀴아노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미국과 남아공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인 SAex(South Atlantic Express) 설치가 결정된 바 있다. SAex는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정보도 있지만 에퀴아노 케이블과 SAex가 연결된다면 세인트헬레나는 인터넷이 거의 닿지 않는 절해의 고도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남미,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통신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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