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캐스9(CRISPR-Cas9)는 DNA 이중 가닥을 절단해 지놈 배열을 변경하는 새로운 유전자 변형 기술이다.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HIV 바이러스를 없애버렸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편집 기술과 실험 중인 신약을 결합해 쥐 유전자에서 HIV 바이러스를 없애는 시도를 했다. HIV나 에이즈와 싸우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물론. 다만 임상시험 등 아직 갈 길은 멀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감염 등을 없앤다는 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HIV는 바이러스 DNA에 자신을 통합하고 복제한다. 항HIV 치료는 HIV 복제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HIV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다. 휴면 상태인 바이러스는 몸에서 배출될 수 없기 때문.
새로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것으로 크리스퍼캐스9를 기존 ART와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생체 유전자에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된 인간에 가까운 유전자 배열을 가진 쥐 실험에서 연구팀은 HIV에 감염시킨 쥐 중 30% 이상에서 HIV 바이러스를 완전히 체내에서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완벽한 결과를 얻은 건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다. 연구팀은 이제 인간 이외의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몇 년 안에 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는 3,700만 명에 달하는 HIV-1 감염자가 있으며 매일 5,000명 이상이 새로 감염된다고 한다. 임상실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새로운 연구인 만큼 성공률이 낮은 것에 대해 설명이 되어야 하고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암 등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감염된 HIV의 DNA에 감염된 유전자를 절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항HIV 뿐 아니라 완전히 바이러스만 완전 제거할 수 없다.
연구팀은 다른 팀이 진행한 LASER(Long Acting Slow Effective Release)라는 새로운 형태로 ART에 접근해온 것에 주목했다. 이 시스템은 HIV 바이러스가 숨은 세포 잠복 장소를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하려면 HIV 바이러스가 휴면 거처로 이용하는 조직에 퍼지게 약물을 나노 결정으로 포장해야 한다. 표적 위치에 도달하면 나노 결정은 세포 내부에 몇 주 머물면서 천천히 약물을 방출한다.
연구팀은 이 접근 방식에 주목했고 혹시 LASER ART를 통해 완전히 바이러스 DNA를 없애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 체내에 유전자 편집 기술로 유지해주면 HIV 번식이 억제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 실험은 쥐에 LASER ART와 유전자 편집 기술을 결합했고 그 결과 HIV가 즐겨 은신하는 휴면 혈액이나 골수, 림프 조직에 바이러스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쥐 세포에서도 손상은 없었다는 것.
물론 전문가들은 상당히 관심이 가는 결과라면서도 체내에서 장기간 이 방법을 지속시키지 않으면 안 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HIV를 세포에서 제거할 뿐 아니라 체내의 다른 걸 제어할 수 없는 형태로 지워버릴 수도 있는 등의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어쨌든 HIV에 감염된 쥐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개념 자체는 좋은 것이라는 평가다.
에이즈에 대항하는 항HIV 요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환자는 HIV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신체에 위험량에 도달하지 않게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투약을 받아야 한다. 지금 요구되는 건 체내에서 HIV를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이다. 이번 연구는 에이즈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 연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