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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다리 8개는 분산형 네트워크 닮았다

최근 연구 결과 문어의 촉수는 본체와 독립적으로 제어되고 있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문어는 까마귀나 앵무새 등과 마찬가지로 고급 지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낙지가 자력으로 수족관에서 탈출해 바다로 돌아갔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대학 시애틀에서 문어 행동신경학을 연구하는 도미닉 시비틀리(Dominic Sivitilli)는 문어가 인간이나 조류 같은 척추동물과는 전혀 이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문어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선 먼저 문어가 들어간 수조에 돌과 레고블록, 간식 등을 넣고 이에 반응하는 문어 촉수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런 다음 촉수 움직임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어의 행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문어의 촉수는 여러 촉수가 동시에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문어의 행동과 신경 활동을 분석한 결과 촉수 빨판 등에서 취득한 자극에 곧바로 반응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문어 전신을 둘러싼 신경계 구조에서 유래한 것이다.

문어에 있는 신경세포 5억 개 중 3.5억개는 촉수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 촉수에는 신경절이라는 뉴런 집합체가 있다. 이 신경이 뇌와는 독립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촉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덕에 바다 먹이나 천적 등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리 8개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수영해 먹이를 포획하는 것 같은 작업을 해낼 수 있는 건 촉수가 서로 위치 관계나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문어의 신경망을 분산형 네트워크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시애틀에서 열린 우주생물학회의 2019 기간 중 발표된 것이다. 연구팀은 해저에 숨 쉬는 생물 연구가 우주의 신비를 해명하는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문어와 우주를 연결하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생물학 분야에선 문어와 오징어는 외계 생물 영향으로 태어났다는 설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그룹이 있을 정도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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