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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인공불빛은 체중 증가 일으킨다?

밤에 불을 끄면 잠 못 드는 사람이나 TV를 켜둔 채 두지 않으면 잠이 안 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수면 중 인체에 노출되는 인공조명은 수면 방해 이상 효과를 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면 중 인공조명을 받는 건 여성 체중 증가와 비만 위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야간에 빛을 받는 게 건강에 나쁘다는 걸 시사하는 연구는 있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선 야간에 빛을 받는 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활동 일주기를 어지럽히고 수유 행동을 늘리며 체중 증가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지난 6월 10일 학술지 JAMA내과학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올라온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야간에 전자기기 등 불빛에 노출된 여성은 인공조명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이 늘어나기 쉬운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야간 수면에 인공조명을 받으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야간 수면 중에는 인공조명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게 비만을 예방하는 유용한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도 야간에 인공조명을 받는 효과를 측정한 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야간에 높은 수준 빛에 노출되는 야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게 많아 일반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지 의문이 남았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우에는 일정 시점 수집한 데이터만 이용해 계속 야간 수면 중 인공조명을 받는 사람의 체중 증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조사에선 미국 전역 35∼74세 4만 4,000명에 이르는 여성 피험자를 모아 평균 5.7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피험자에게 설문 형태로 침실 조명과 TV 불빛, 다른 방 불빛 등 자세하게 수면에 노출될 수 있는 인공조명에 대해 답변하도록 해 피험자가 얼마나 인공조명을 수면 도중 받는지 측정했다.

조사 결과 연구 시작 당시에는 비만이 아니던 여성도 야간에 인공조명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피험자보다 연구 추적 조사 기간 중 비만이 될 가능성이 20% 높아졌다. 또 TV를 틀어놓고 잠든 여성이나 야간 조명을 켜놓고 잠든 여성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5kg 체중 증가를 경험할 가능성이 17% 높았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지역이나 가구 소득,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같은 다른 요인을 고려해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어디까지나 수면 중 인공조명에 노출되고 여성 체중 중가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야간에 받은 불빛이 체중 증가와 비만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게 밝혀진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체중 증가는 유해한 성분 섭취 행위나 낮은 수준 신체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수면 부족과 수면 중 인공조명 노출이 이들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완전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는 결정적인 건 아니지만 야간에 인공조명을 받을 일 자체는 줄이는 게 좋다. 야간에 인공조명을 받는 건 수면 시간을 줄이고 간접적으로 비만 위험에 영향을 주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교란해 식사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수면 시간이 적은 게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야간에 인공조명을 받는 게 더 직접적으로 비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시사되며 수면 호르몬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교란해 직접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인공조명에 대해선 따로 집계하지 않고 이에 대한 영향도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연구에선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수면 부족과 낮에 졸음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앞으로 야간 수면 중 노출되는 블루라이트가 비만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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