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태양계에서 태양에 2번째로 가까운 행성인 동시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공전궤도를 그리고 있는 행성이기도 하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이지만 조사라는 점에선 화성에 크게 뒤쳐졌지만 최근에는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으로 금성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탐사선이 몰릴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금성은 지구형 행성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지구와 크기나 평균 밀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때론 지구의 쌍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온실 효과 탓에 금성 표면 온도는 500도 가까이 도달하기 때문에 우주비행사가 착륙하려면 현실성 면에서 화성보다 크게 주목도는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각국 우주연구기관이 금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성탐사선 발사를 잇달아 계획하고 있는 것. 인도우주연구기구 ISRO는 2023년 금성 궤도 탐사선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2025년 탐사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유럽우주국 ESA와 러시아 우주 개발 기업인 로스코스모스 역시 2020년대 후반부터 2030년대 초반에 걸쳐 금성 탐사를 예정하고 있다.
이렇게 금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이유는 금성 탐사가 생명 탄생에 필요한 조건에 대한 이해로 볼 수 있기 때문. 금성은 지구와 흡사하며 예전에는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음에도 지금은 생명에 열악한 환경이 됐다. 이런 금성과 지구 환경을 결정적으로 나눈 원인을 분석해 외계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여부를 평가하려 할 수도 있다. 금성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에 대해 한 전문가는 금성에겐 새로운 10년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금성 탐사는 냉전 시대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960∼1980년대에 걸쳐 번성했지만 수많은 탐사선은 금성의 가혹한 환경에 장시간 견딜 수 없었다. 금성 표면에 착륙하고 가장 오래 활동한 탐사선은 소련이 1981년 선보인 베네라 13호(Venera 13). 기록은 127분이다.
이런 가운데 ISRO는 레이더를 이용해 금성 대기를 통과해 지표 맵핑을 실시하는 금성 탐사선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아직 과학적인 면보다는 공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개념 증명 탐사가 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하지만 금성의 기본 정보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어떤 탐사라도 금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금성 표면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건 1989년 나사가 발사한 탐사선 마젤란이다. 이후 30년에 걸쳐 금성 지표에 대해 새롭게 조사한 적이 없다. 연구자들은 이런 적은 단서로 금성 표면은 일단 판(Plate)가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기와 땅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판이 움직이는 걸로 판명된다면 금성은 지금보다 생명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또 금성 표면을 덮은 바위 종류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무암이나 화강암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어진 암석이지만 현무암과 달리 화강암은 물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진은 금성 표면에 화강암이 있다면 일단 금성에 물이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성 표면에서 장시간 탐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나사 글렌우주센터는 적어도 60일간은 금성 표면에 머물 장비를 개발했다. 금성 탐사선에 탑재 가능한 탄화규소를 이용한 간단한 전자기기를 개발했는데 연구팀은 이게 금성탐사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이 내구성 높은 전자기기를 이용해 LLISSE(Long-Lived In-Situ Solar System Explorer)라는 정지표면 탐사술을 이미 개발했다. 크기는 토스터 정도다.
LLISSE는 작은 크기지만 기온과 기압, 풍속, 풍향, 광량, 대기 중 화학물질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금성에 머문 베네라 13호의 수명이 127분이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금성 탐사 상황이 매우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미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연구팀이 LLISSE에 관심을 보이며 나사와 공동으로 금성 표면을 장기간 조사하는 베네라-D(Venera-Dolgozhivuschaya)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수많은 연구기관이 금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십 년간 금성은 수많은 탐사선의 방문을 받게 될지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