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부터 정부효율화부(DOGE) 활동에 이르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지속해온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였다. 머스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와의 정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인 스페이스X 우주선을 즉시 퇴역시키겠다는 것이다.
6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보유한 SNS인 트루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 예산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바이든이 이를 하지 않았던 것에 항상 놀랐다고 올렸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정부 계약 취소에 관한 대통령 성명을 고려해 스페이스X 드래곤 우주선 폐기를 즉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지지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지만 한편으로는 관세 정책 등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었다. 양측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안해 하원을 통과한 대형 감세 법안에 대해 머스크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악화됐다. 이 법안은 세수와 세출 삭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초당파 예산국은 2034년까지 10년간 세입을 3조 6,700억 달러, 세출을 1조 2,500억 달러 삭감할 것으로 추산하며 결과적으로 재정 적자가 2조 4,2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으로 2034년까지 1,090만 명 이상 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4년 추정 4,100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이 2,670억 달러 삭감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예산국 추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고관세 정책에 따른 세수나 세출 삭감·감세에 의한 경제성장 촉진 효과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진영은 예산국 예측이 부정확하다고 비난했다. 이 법안에 기반해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정부 계약을 끊겠다고 호언했지만 드래곤 우주선이 퇴역하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용할 수 있는 우주선이 실질적으로 제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06년 화물과 물자를 수송하는 계약을 나사와 체결한 이후 나사, 공군, 기타 정부 기관으로부터 200억 달러 이상 계약을 획득해 나사에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에 수송하는 계약을 획득해 드래곤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사를 수송했다.
보도에 따르면 만일 드래곤이 퇴역할 경우 나사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갈 대체 수단이 거의 없어 우주개발 계획이 현저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사가 계약한 보잉은 주력 우주선 스타라이너 수리에 나서고 있어 2026년까지 발사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항공우주기업 노스롭그루먼도 자사 시그너스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발사 전 수송 중 손상돼 폐기를 강요당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나사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야 할 가능성마저 있다. 또 드래곤 운용 중단은 국제협정에 기반한 국제우주정거장 폐지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됐다. 다만 머스크는 이 발표 얼마 뒤 드래곤에 대한 퇴역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 법안에 대해 머스크는 재정 적자가 증가할 것을 내다보며 추악한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터 계획한 만큼 자신에게서 등을 돌릴 거라면 몇 달 전에 그랬어야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전 고문인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페이스X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통령령에 서명해야 하며 머스크는 국외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