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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 인구가 53억명분 CO2 배출한다

부유층 상위 10% 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는 평균적인 사람이 평생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단 90분 만에 배출한다고 한다. 이 놀라운 수치는 빈곤 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영국 비정부기구(NGO)인 옥스팜 인터내셔널이 최신 보고서에서 밝힌 것.

옥스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의 억만장자가 프라이빗 제트기와 슈퍼요트, 투자로 인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전 세계 나머지 사람이 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상위 10% 부유층이 전 세계 배출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 배출량 1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최빈곤층 3분의 2의 배출량을 상회한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는 평균적으로 1년간 184회 프라이빗 제트기를 타고 공중에서 425시간을 보내며 배출량은 평균적인 사람 300년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슈퍼요트는 더 엄청나다. 보고서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억만장자 18명이 소유한 슈퍼요트 23척을 확인했다. 산출한 연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672톤으로 이 수치는 억만장자 프라이빗 제트기로 인한 배출량 3배 이상이며 전 세계 평균적인 사람 860년분, 전 세계 최빈곤층 50% 평균 배출량보다 5,600배에 해당한다.

계산이 좀 어려워지지만 프라이빗 제트가 일반인 300년분이고 슈퍼요트는 860년분이다. 18명이 23척을 갖고 있다는 건 슈퍼요트를 여러 척 소유한 억만장자가 있다는 뜻이고 그 억만장자가 프라이빗 제트까지 소유하고 있다면 과연 일반인 몇 천 년분 CO2를 배출하고 있는 걸까.

대량 배출하는 억만장자 중 대표적인 예가 미국 대형 슈퍼마켓 월마트 경영자로 유명한 월튼 가문. 이들 가족은 슈퍼요트 3척을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10만 3,700km를 여행하면서 1만 8,000톤을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월마트 직원 1,700명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의 경우 최소한 프라이빗 제트를 2대 소유하고 있으며 배출량 합계는 연간 5,497톤이다. 제프 베조스도 프라이빗 제트기 2대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25회 비행으로 배출량은 합계 2,908톤이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국 아마존에서 일하는 평균 직원이 같은 양을 배출하려면 207년이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온난화가 착실히 진행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수단으로서 소비자 선택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확실히 자동차 통근이 아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건강에도 지구에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개인 행동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통근에 어쩔 수 없이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도 있기 때문.

무의미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작은 한 개인이 자동차 통근을 그만두는 건 전 세계 총배출량에서 보면 새 발의 피다. 중국이나 인도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비행기 이용을 아무리 줄여도 부족하다.

하지만 억만장자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머스크나 베조스 같은 대부호는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한 이동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대량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 기회에 프라이빗 제트기 이용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슈퍼요트만 파는 것도 좋을 수 있다.

머스크와 베조스가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머스크가 테슬라에 투자한 건 가솔린 차량이 온난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베조스도 식량 격차와 기후 연구에 착수하는 자선단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 모두 지구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 부가 늘어남에 따라 베조스와 머스크는 각각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왔다. 그리고 이들 모두 그 이유를 부끄럽지도 않게 공언하고 있다. 그들은 기후가 악화일로를 걷는 지구를 떠나고 싶어 한다. 이들을 태운 로켓은 대기 중에 탄소 수천 톤을 남긴 채 지구를 떠날 것이다.

억만장자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는 건 퍼스트클래스 티켓을 살 돈조차 없는 평범한 이들이다. 그리고 머스크가 계획하는 화성 자급자족 콜로니에서의 성공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선택지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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