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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치 캠페인 무단 사용 음원 “저작권 침해 패소”

과거 정치 캠페인에서 무단으로 사용한 음악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뮤지션 에디 그랜트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한 재판에서 연방 지방 법원이 그랜트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측이 펼친 공정 사용 주장은 기각됐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 시위대가 연방 의사당에 침입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트럼프가 앞으로도 큰 목소리를 낼 것이며 그 목소리는 어떤 형태로도 무시되거나 부당하게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엑스에 게시한 게 추가적인 폭력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간주되어 엑스, 트위치,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2022년 11월에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계정을 복구했고 한때 트위터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엑스에 복귀했다.

트럼프는 SNS에서 종종 소란을 일으키곤 했는데 2024년 8월에는 자신의 미디어 회사가 소유한 SNS 트루소셜(Truth Social)에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팬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듯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것으로 스위프트 본인은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을 지지하며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에 쟁점이 된 건 2020년 8월 12일 당시 트위터에 게시된 짧은 애니메이션. 트럼프 진영 스태프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트럼프 진영 로고를 내건 열차가 조 바이든이 탄 수레를 쫓는 내용이었다. 애니메이션 BGM으로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디 그랜트의 유명한 곡 일렉트릭 애비뉴를 사용했다. 저작권 침해가 지적되어 삭제됐지만 삭제되기 전 1,370만 회 이상 시청됐다.

일렉트릭 애비뉴에 대해 그랜트는 허가를 요청받지 않았으며 그랜트 측 변호사는 즉시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동영상은 바로 삭제되지 않았고 2020년 9월 1일 그랜트 측 변호사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한 뒤에야 게시물이 삭제됐다.

소송에 대해 트럼프 측은 이 광고는 풍자이며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또 출처를 모르고 재게시된 영상을 사용한 걸 포함해 공정 사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정 사용은 미국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항변 사유로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해도 그 이유가 이용 목적과 성격이 비영리적, 저작물 성질이 기능적(논문이나 지도 등), 저작물 사용량이 적고 핵심에 닿지 않음, 저작물 사용이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음이라는 4가지 공정 사용 법리에 해당하면 무단 이용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 사건을 다룬 미국 연방 지방 법원은 일렉트릭 애비뉴 사용이 정치 광고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복제이며 이 애니메이션은 공정 사용에 적합한 패러디가 아니라 별로 유용하지 않은 유사한 풍자라고 트럼프 측 변호인에게 인정하게 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측 변호인은 공정 사용을 주장하면서도 공정 사용 법리에 해당하는 근거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동영상 자체도 일렉트릭 애비뉴를 삽입할 필연성을 느낄 수 없어 공정 사용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뒤인 2021년 10월에는 이미 트럼프 측 변호인 측 공정 사용 주장이 부정되고 있었고 변호 측은 다시 공무원이 직무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한 형사 소추나 손해배상 소송에서 완전히 면책된다는 절대적 면책(Absolute Immunity)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도 곧바로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2024년까지 3년이나 더 판결을 지연시켰다. 결과적으로 2024년 9월에는 2021년 피고 측 기각 신청을 기각했을 때의 문구를 인용하며 트럼프가 게시한 애니메이션은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예술성 있는 저작물을 원래의 구상에서 공격적 의도로 변용한 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량 복제를 발신했다며 공정 사용 법리 어느 것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손해배상으로 그랜트 측 변호인은 3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최종 손해배상액은 아직 미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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