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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년 전 지구에는 토성 같은 고리가?

토성 주변에는 대부분 얼음으로 이뤄진 고리가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토성 뿐 아니라 목성, 천왕성, 해왕성, 일부 소행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4억 8,830만 년에서 4억 4,37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당시 지구에도 고리가 있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오르도비스기는 지구 생물 다양성이 크게 발전한 시기로 앵무조개 같은 연체동물이나 삼엽충 같은 절지동물, 턱이 있는 어류 등이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지구 규모 한랭화가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며 오르도비스기와 그 이후 실루리아기 사이 경계인 O-S 경계에서는 대량 멸종이 발생했다.

오르도비스기에 일어난 특징적인 사건 중 하나는 운석 충돌이 급증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호주 모나시 대학교 연구팀은 오르도비스기 당시 지구에 충돌한 21개 크레이터 흔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21개 크레이터는 모두 적도에서 위도 30도 이내 대륙에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지구에서는 대륙 30%가 적도에서 위도 30도 이내에 위치해 있었지만 나머지 70% 대륙에는 운석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만일 운석 충돌이 무작위로 발생했다면 주사위 3면을 21번 던져 전부 같은 면이 나오는 정도 편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운석 충돌 급증과 편향, 지구 한랭화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가설로 오르도비스기 당시 지구에 소행성 잔해로 이뤄진 고리가 있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고리가 형성된 시기는 4억 6,6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큰 소행성이 지구에 지나치게 가까워져 로슈 한계를 넘어서면서 조석력에 의해 부서져 고리가 됐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다.

연구팀은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이 고리 일부가 점차 지구로 떨어지면서 지질학적 기록에서 관찰되는 운석 충돌 급증을 일으켰다. 또 이 시기 퇴적암 층에는 많은 운석 파편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이 고리는 단순히 운석을 지구로 떨어뜨리는 것 뿐 아니라 태양빛을 가려 지구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워 심각한 한랭화를 초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이 고리가 가져온 급격한 기후 변화가 오르도비스기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생물에게 진화를 필요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진화가 가속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지구 고리가 기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아이디어는 지구 외부 사건이 지구 기후를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복잡한 층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구 주변에 고리가 생겨 한랭화가 발생했다는 아이디어는 지나치게 뜨거운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큰 소행성을 금성 궤도에 접근시켜 인공적으로 금성 고리를 만들면 금성을 냉각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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