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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기에 포함된 철분…2형 당뇨병 위험을 26% 증가시킨다

슬라이스 햄 2장만으로도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거나 정크푸드가 2형 당뇨병을 포함한 32가지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음식으로 가공육이 자주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고기에 풍부하게 포함된 철분과 2형 당뇨병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헴철(heme iron)과 2형 당뇨병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헴철은 고기나 생선 등 흡수율이 높은 철분을 의미한다. 반면 채소 등에 포함된 흡수율이 낮은 철분은 비헴철(non-heme iron)로 불린다.

이 연구에서는 성인 20만 6,615명에 대한 36년치 식사 기록과 이들이 섭취한 다양한 형태 철분(총 철분 섭취량, 헴철, 비헴철, 음식에서의 철분, 보충제에서의 철분)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분석 결과 헴철 섭취량이 많을수록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는 헴철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에 비해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6% 높았다고 한다.

반면 총 철분 섭취량이나 비헴철 섭취량은 음식이든 보충제든 2형 당뇨병 위험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가공되지 않은 붉은 고기를 먹어 증가한 2형 당뇨병 위험 절반 이상이 헴철로 설명될 수 있다며 2형 당뇨병과 관련된 여러 식사 패턴에서 헴철이 발병 위험 중간 정도 비율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헴철이 2형 당뇨병 원인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한 비율로 발병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참가자는 식사 기록 뿐 아니라 혈액 샘플도 제공했으며 3만 7,544명 혈중 대사 바이오마커 및 9,024명 대사 프로필이 분석됐다. 이를 통해 헴철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사 질환과 관련된 수치가 높아지고 건강에 유익한 지표 수치는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비헴철과 2형 당뇨병 위험 사이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고기에 포함된 철분이 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나 인과관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연구자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철분, 그 중에서도 헴철은 체내에서 산화를 촉진해 신체 조직 손상과 2형 당뇨병 발병 위험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비헴철 섭취량이 많은 이들은 지중해식 식단이나 고혈압 예방식(DASH 식단)을 자주 섭취한 반면 헴철을 많이 섭취하는 쪽은 초가공 식품을 포함한 서구식 식단을 주로 섭취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게 2형 당뇨병 위험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헴철 섭취가 2형 당뇨병으로 직접 이어졌을 가능성과 헴철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생활습관병을 유발했을 가능성 또는 그 2가지가 모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의 건강에 대한 영향이 알려지면서 식물성 대체육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체육에는 외관과 맛을 개선하기 위해 헴철이 첨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식사 가이드라인 및 공중보건 전략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건강한 식사 선택이 당뇨병 예방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붉은 고기에서 섭취하는 헴철량을 줄이고 채소 중심 식사를 늘리는 건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분이 신체에 중요한 영양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또 같은 헴철이 풍부한 식재료 중에서도 달걀이나 닭고기는 2형 당뇨병 위험과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도 과거에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한 영양사는 식생활에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포함하는 게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건강한 식생활로 적당한 붉은 고기 섭취도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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