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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많이 해도 살 안 빠지는…워크아웃 패러독스

최근 배 주변이 신경 쓰여서 운동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운동을 해도 체중을 줄이기 어렵다는 워크아웃 패러독스(Workout Paradox), 운동 역설이 있다.

먼저 식사 칼로리란 열량을 말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변환한 열량이 몸 전체 세포를 기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1시간 걷기로 소비되는 칼로리는 260kcal, 수영은 430kcal, 사이클링은 600kcal, 러닝은 700kcal다.

하지만 지방 1kg을 변환해서 얻을 수 있는 칼로리는 7,000kcal다. 단순 계산으로 말하자면 러닝을 10시간 해야 비로소 여분 지방 1kg을 줄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면 할수록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됐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살이 빠진다고는 반드시 말할 수 없다는 게 밝혀졌다.

예를 들어 PC 앞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과 매일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수렵 민족은 하루 운동량에 큰 차이가 있다. 탄자니아 하자족 하루 운동량은 일반 회사원 일주일 운동량과 거의 같다고 한다. 하지만 하자족과 일반 회사원 하루 소비 칼로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이 현상은 민족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확실히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 하루 소비 칼로리는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많아지지만 그 차이는 겨우 100~200kcal다.

물론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지방이 과도하게 연소되어 체중도 줄어든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운동하는 생활에 몸이 적응하고 지방 연소 밸런스가 조정되어 여분으로 소비되는 칼로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체중이 줄지 않게 된다.

또 운동을 많이 하면 좋다는 건 아니다. 운동을 해서 여분 에너지가 체내에서 소비된다는 건 체내 각 기관과 세포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상을 입었을 때 염증이 생기는 건 면역 시스템 일환이다. 여분 에너지가 체내에서 소비되면 면역 시스템이 너무 활발해져 염증이 생기기 쉬워진다. 만성적인 염증은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진다.

또 스트레스 원인이 되는 코르티솔은 부신피질 호르몬 일종인데 이것도 여분 에너지가 체내에서 소비되면서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게 밝혀졌다. 원래 코르티솔은 과거 인류가 대자연 속에서 순간적인 행동을 취해 생존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여겨지지만 앉아서 일하는 게 당연한 현대인에게는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물질이라는 측면이 강해진다.

요컨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과 소비 칼로리는 그다지 변하지 않으며 또 충분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소비 칼로리를 초과하는 식사를 섭취하면 당연히 지방은 늘어난다.

워크아웃 패러독스가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소비 칼로리가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 아이는 발달 단계가 낮은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아기에서 조금씩 성장함에 따라 사회성을 얻고 지식을 습득해 간다. 그리고 새롭게 얻은 사회 기술과 지혜를 사용해 더 효율적으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고 생활에 적응해 적절한 칼로리 소비를 하는 건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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