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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과거에 사용했던 핵 경보 시스템

제2차세계대전 시기부터 1980년대 말까지 영국은 다양한 핵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국민을 보호하려 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영국에선 공습 경보가 경찰 관리 하에 놓이는 원칙이 확립됐다. 경찰에 의한 집중 관리가 시작됐지만 전국적인 경보 시스템은 없었고 지역 경찰을 통해 각 도시에 정보가 전달되며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는 형태가 취해졌다. 여기서는 사이렌 조작 패널 근처에 인력을 배치할 필요성을 피하기 위해 영국우정공사(GPO)가 설계·유지 보수하는 제어장치를 부착한 전용선이 설치되어 경찰서에서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사이렌은 목적별로 조작 버튼이 색깔로 구분되어 있었고 도입 초기에는 빨간색과 흰색 2종류였지만 핵무기가 등장한 뒤에는 회색과 검은색이 추가되어 4종류가 됐다.

빨간색 공격 경보는 말 그대로 공격이 있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4초간 지속되는 상승음 후 4초 하강음이 흐른다.

회색 경보는 방사성 낙진 접근을 1시간 전부터 알리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일반 경보음에 플랩으로 노이즈를 추가한 소리가 흐른다.

검은색 방사성 낙진 경보는 해당 지역에 방사성 낙진이 도달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사이렌 대신 폭죽 3발이나 징 3회 또는 경찰관이 3번 크게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흰색 공격 정보는 공습 저지 성공 또는 핵폭발 시에는 방사성 낙진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울리는 것으로 사이렌이 60초간 계속 울린다. 이 안내가 들리면 대피소에서 나와도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계 시스템 도입이 요구됐다. 주요 우려사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사용이었으며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조기에 감지하여 알리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영국은 독자적인 ICBM 레이더를 개발하지 않고 미국 측과 협상해 미국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데이터는 필링데일 공군기지에서 처리됐다.

냉전 시대 건설된 레이더의 경우 레이돔 3개에는 각각 4,800km 탐지 범위를 가진 회전 레이더 헤드가 들어있었고 수평선에서 2.5도 각도로 스캔하는 헤드와 수평선에서 5도 각도로 스캔하는 헤드가 갖춰져 있었다. 미사일이 발사되어 2.5도와 5도 빔을 순차적으로 횡단하면 많은 물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제3의 레이더가 미사일을 추적하고 그 궤도를 계산한다. 계산된 궤도와 기타 특징으로 미사일로 판단된 경우 상황 표시 콘솔이 임박한 공격을 경고한다.

경고는 먼저 국방부 또는 영국 경계감시기구(UKWMO)에 연결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공격이 해안 근처 잠수함에서 이뤄지지 않는 한 임박한 공격에 대해 4분간의 여유가 있다고 국민에게 경고할 수 있었다고 생각됐지만 일부에선 3분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대규모 감시 시스템과는 별도로 GPO와 UKWMO에 의해 전국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1950~51년에는 특별한 방송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 개발됐고 소수 컨트롤 센터에서 다수 수신 지점으로 동시에 일방향 통신을 제공하는 수단이 모색됐다. 이 초기 개발에서는 1950년대 가정용 라디오 수신기와 비슷한 회로를 사용한 장치 WB200이 만들어졌다.

계획은 더디게 진행됐지만 1959년 1월에는 마침내 개발이 진전됐다. 교환기 2,700개, 관제센터 150개, 가입자용 수신기 1만 4,000개로 이뤄진 제1단계 계획이 시작됐고 1963년 말까지 교환기 5,500개, 관제센터 254개, 수신 지점 2만 1,500개 기기 주문이 실시됐다. 이 공격 경보 시스템, 통칭 헨델(HANDEL)은 1965년까지 도입이 완료됐고 WB400이라는 음성 방송 시스템과 WB600이라는 사이렌 제어 시스템이 요소에 배치됐다.

공격이 실시되면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노던 레이더 시스템이 영국에 경고를 보낸다. 이런 경고는 즉시 UKWMO 등에 전달되고 요소에 있는 음성 방송 시스템 등이 국민에게 경고한다.

지하 감시 초소 내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삐삐삐하는 일정한 소리를 내고 있었고 공격 가능성이 확인됐을 때는 빨간색 공격 경보를 전달하는 절차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헨델 시스템은 냉전 종식까지 사용됐다.

참고로 헨델이라는 코드명은 작곡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유다스 마카바에우스(Judas Maccabaeus(Pt.2, No.45)에서 유래했다. 이 악장 제목은 ‘Sound an alarm!’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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