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위험하지만…美 토네이도 관광 투어가 뜨겁다

토네이도는 기상 조건만 갖춰지면 1년 내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토네이도로 발달하지 않더라도 토네이도 원인이 되는 슈퍼셀(supercell)이라 불리는 폭풍이 연출하는 장엄한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물론 폭풍은 아름답고 엄숙하지만 동시에 가슴 졸이는 공포를 안겨준다.

토네이도 횡단로라고 불리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서 토네이도는 전력을 다해 피해야 할 존재다. 하지만 자연의 위협을 적절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촬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는 게 바로 토네이도 관광(Tornado Tourism). 최근에는 스톰 추적을 생업으로 하는 기업이나 단체 등 스톰체이서(StoRMChaser)가 토네이도 추적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스톰체이서 중에는 기상학 학위 소지자도 있다. 이들은 토네이도나 그 원인이 되는 슈퍼셀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읽어내는 전문가다.

스톰체이서는 기상 레이더가 탑재된 밴 1대에 관광객 5~7명을 태우고 최대 20명 가량 그룹을 지어 토네이도를 추적한다. 투어 기간은 1주일에서 10일 정도이며 수천km를 여행한다.

토네이도나 격렬한 뇌우를 향해 차량으로 향하는 여행에 100% 안전은 없다. 참가자는 투어 시작 전 위험을 명시한 면책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투어 첫날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두가 차에서 신속히 내릴 수 있는 절차를 설명한다고 한다. 차량이 뒤집혔을 때 대처법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영화처럼 토네이도나 슈퍼셀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목숨이 수백 개여도 부족할 터. 최악의 경우 천국 투어가 될 수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도 공식 사이트에서 공공 안전과 연구 목적 외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위험한 폭풍을 추적하는 행위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도 투어 참가자가 끊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서인지 전문가 투어에 참여하는 게 혼자 추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도 말한다.

투어 참가자들은 토네이도나 슈퍼셀에서 수km 떨어진 전망 좋은 곳에서 위험 여부를 확인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다음 장소와 폭풍을 찾아 이동을 반복한다.

폭풍 안으로 들어가면 사나운 폭풍에 핸들을 빼앗겨 차량이 전복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소프트볼 크기 우박이 내릴 수 있어 위험하다. 또 토네이도가 발생하더라도 대피로를 항상 확보하며 폭풍을 추적한다고 한다.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루가 끝나면 호텔에 투숙하고 다음날 스톰체이서가 기압 분포 등으로 토네이도 발생 기상 조건을 예측해 수백km를 계속 여행한다. 돌발적이고 아슬아슬한 여행인 셈이다.

그렇지만 그저 토네이도만 쫓아다니며 차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러시모어산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투어도 있다고 한다. 또 도시나 해외에서 온 참가자에게는 미국 내 광활한 전원 지대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라고 한다.

가격은 얼마나 될까.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익스트림 토네이도 투어(Extreme Tornado Tour)가 기획한 투어 중 눈길을 끄는 투어 가격을 확인해보면 올해 투어는 7~10일 일정으로 이뤄져 있고 7일 투어는 2,950달러, 10일 투어는 4,190달러다. 숙박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시기 그러니까 보통 (4∼6월 투어가 열리는데 10일 투어 가격이 4,950달러로 인상됐다. 숙박비 포함이지만 토네이도나 슈퍼셀 목격을 보장하지 않고 100% 안전도 보장하지 않는데 이 가격은 결코 싼 편은 아니다. 투어 중 토네이도에 휘말리거나 차량 사고로 부상을 입는다면 해외여행자보험이 적용될지 의문이다.

투어 비용에는 숙박비 외에도 매일 아침 기상 예보사와의 미팅 참석, 사진/영상 촬영 조언, 촬영팀이 기록한 사진/영상 다운로드 권한, 오리지널 티셔츠 등이 포함된다. 덧붙여 올해와 2025년 투어 일정은 이미 모두 매진되어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말 호황인 모양이다.

토네이도 추적 투어에는 해외 참가자가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된다고 한다. 이유는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토네이도와 슈퍼셀이 미국 외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중심 사회인 미국은 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어디든 차로 갈 수 있다. 더불어 기상 데이터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넓은 지평선까지 더해지면 이는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 한 독일 참가자는 똑같은 조건이 갖춰져도 독일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