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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인터넷 환경…저속 회선에 부적합한 사이트는?

2022∼2023년까지 남극 맥머드기지와 아문센-스코트기지에서 IT 프로젝트에 종사했던 인물이 남극 저속 회선에서 사용하기 불편했던 사이트에 대해 블로그에 게시했다.

남극에서는 인터넷 접속을 통신위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지 전체 통신 속도가 수십Mbps로 제한되어 있었다. 2023년 스타링크 이용이 시작되면서 일부 기지 상황이 개선됐지만 기지에 있는 직원 1,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회선 용량 합계는 일반적인 선진국 4G 네트워크에서 1인당 사용 가능한 대역폭보다 작았다고 한다.

남극점에 있는 아문센-스코트기지에선 2023년 말 시점에도 여전히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없었고 하루 중 위성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몇 시간 동안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또 위성이 수천km 상공에 있어 패킷 지연이 심해 일반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에만 750ms 지연 시간이 소요됐다.

남극 통신 환경을 정리해보면 패킷 왕복에 평균 750ms가 걸리고 패킷간 지터가 수초를 초과하기도 한다. 또 엔드유저 기기에서 사용 가능한 속도는 수kbps 정도이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최대 2mbps까지 나온다. 통신이 혼잡해 모든 프로바이더보다 훨씬 더 혼잡해 패킷 지연과 드롭이 자주 발생한다. 빈번한 접속 차단 외에도 기지 필수 통신이 우선시된다.

이런 환경에서 웹사이트를 열람하는 건 어렵지만 엔드유저에 대한 많은 영향이 환경보다는 저속·저품질 인터넷 액세스를 고려하지 않은 웹엔지니어 설계로 인해 발생한다며 남극에서 접속하기 어려운 사이트 설계 특징을 몇 가지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의 설계는 타임아웃이 하드코딩되어 있는 것. 채팅을 위해 특정 사이트를 열려고 하면 20MB 자바스크립트를 로딩해야 했다. 브라우저는 느린 인터넷에 대응하고 있어 회선에 비해 거대한 데이터라도 천천히 로딩해 나간다. 하지만 열려고 했던 사이트에는 개발자가 직접 타임아웃을 설정해 둬서 타임아웃이 발생하면 에러 페이지로 리디렉션된 뒤 로딩 중이던 데이터를 모두 폐기하고 캐시까지 무효화하는 대책이 취해졌다.

또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기동 실패 원인을 찾던 중에도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고정값으로 하드코딩된 타임아웃 값 때문에 로드에 계속 실패했다. 타임아웃을 점차 길게 하거나 타임아웃 발생을 알리는 체계를 도입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필요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설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앱에 포함된 전용 다운로더다. 일부 앱에는 앱 내부에 다운로더가 포함되어 있다. 앱 내 다운로더에는 일시정지/재개 기능, 상태 알림, 재시도 로직, 진행 상황 추적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일정 시간 내에 완료되지 않으면 취소되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사용자가 전용 다운로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파일 링크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링크가 있다면 사용자는 브라우저 등 강력한 다운로더를 활용할 수 있고 다운로드한 파일을 여러 기기에서 공유하거나 다운로드 스케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게시자는 남극 같은 극한 사례를 최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이 느린 지역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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