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DNA) 일부가 현대인에게까지 계승됐다는 게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 DNA가 코로나19 중증화와 관련되어 있거나 현대인 통증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술지 게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DNA는 일광에 대한 적응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빨리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적 변이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은 2만~4만 년 전에 멸종했다고 여겨지지만 이전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해 DNA 일부가 현대인에게까지 계승됐다. 2023년 연구에선 나트륨을 세포에 보내 통증 신경 신호 전달을 돕는 Nav1.7이라는 나트륨 채널을 암호화하는 SCN9A라는 DNA에 대해 네이티브 아메리칸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페루 피실험자가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SCN9A DNA 변이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에서 비롯된 DNA 변이를 가진 피실험자는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보다 작은 힘으로도 통증을 느낀다고 결론지어졌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이와 유사한 일이 현대인 생체리듬에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아시아 고위도에서 진화해온 종족이므로 일조 시간의 계절 변화가 큰 지역에 적응하기 쉬운 체내 시계를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네안데르탈인 DNA를 물려받은 현대인은 태양에 적응해 아침형이 될 확률이 높다고 추정된다.
연구팀은 표준 인간 게놈, 5만 2,000년에서 12만 2,000년 전 범위 네안데르탈인 DNA, 네안데르탈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고대인 데니소바인 DNA를 비교 분석했다. 오늘날 살아가는 인류가 네안데르탈인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게 생체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국 UK 바이오뱅크를 조사했다.
그 결과 논문에서는 이종교배로 인해 현생 인류에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 DNA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 중에서도 생체리듬과 관련된 네안데르탈인 DNA는 아침형이 될 경향을 일관되게 높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고위도에 사는 사람은 아침형인 경우가 많지만 아침형이 왜 일조시간이 변화하기 쉬운 고위도 생활에서 유리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은 이는 실제로 진화상 이점이 아니라 빛의 계절 변동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며 중요한 건 체내 시계를 새로운 패턴에 얼마나 빨리 동기화할 수 있고 체내 시계와 일조 시간 불일치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 DNA 3종이 분석됐는데 같은 네안데르탈인일지라도 생체리듬과 관련해선 서로 다른 DNA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생체리듬에 관한 DNA를 이해하면 그 네안데르탈인이 일조시간 변화가 심한 고위도에 살았는지 아니면 일조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낮은 저위도에 살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고대 인류 DNA를 모두 4개밖에 분석하지 못했고 과거 존재했을 계절 변동 이외 환경 요인을 정확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DNA 변이가 현대인의 환경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선 네안데르탈인 DNA가 세포 내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자 공학을 이용해 직접 실험하고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