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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사내 게시판이 지표 일부 바꾼 이유

구글 내부 게시판인 밈젠(Memegen)에서 직원끼리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구글이 밈젠에서 게시물 평가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밈젠은 지난 2010년 10월에 설립된 구글 내부 게시판으로 상관을 솔직하게 비판하거나 구조조정에 관한 농담을 공유하는 등 편안한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밈젠에선 구글 직원인 사용자가 게시물에 평가를 내릴 수 있으며 인기 게시물은 밈젠 상단에 표시된다. 하지만 2023년 10월부터 지속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가자 지구 분쟁을 둘러싸고 밈젠에선 구글 직원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구글이 아마존과 공동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님버스(Project Nimbus)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구글 직원 일부에서 나오면서 밈젠에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밈젠에서 논쟁이 과도하게 고조되면서 개인 공격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동의할 수 없는 게시물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평가를 내려 해당 게시물이 밈젠 주요 주제로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구글 내부 관리자가 지난 2월 기록한 메모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에는 밈젠과 관련한 불만이 급증했고 게시물에 대한 조직적 저평가는 괴롭힘 일종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어 구글은 밈젠에서의 저평가가 직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지표가 게시판을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만든다는 피드백에 따라 시스템 변경을 하겠다며 일부 저평가 기능과 게시물 인기도 지표를 삭제했다.

시스템 변경 이후에도 직원은 밈젠에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회사와 정책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개인 공격이나 욕설은 금지된다. 구글이 밈젠 관리에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구글은 괴롭힘, 비방, 정치적 논의를 삼가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이때 구글은 자사의 책임은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업무 외의 주제에 대해 업무 시간을 투자하는 건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번 시스템 변경에 대해 일부 구글 직원은 시스템 변경이 밈젠을 망가뜨릴 것이라며 이게 구글 목적인 것 같다고 밈젠에 올렸고 해당 게시물에 8,000명 이상 직원이 좋아요를 눌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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