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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알고리즘보다 책 추천 더 잘하는 이유”

아마존 같은 전자책 스토어나 서적 리뷰 사이트에선 특정 작품 페이지에 접속하면 해당 사용자에게 추천되는 다른 작품이 표시되곤 한다.

방대한 장르와 콘텐츠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알고리즘으로 추천받는 건 편리하지만 오랫동안 서적 추천 세미프로로 활동하는 에세이스트 마리스 크라이즈먼(Maris Kreizman)은 책 추천에 있어 알고리즘보다 인간이 항상 더 뛰어나다고 지적한다. 그는 책 추천이 알고리즘에게 어려운 이유로 책에서 요구하는 건 정량화할 수 없는 속성이라고 말한다. 알고리즘은 장르, 전문 분야, 스토리 플롯 같은 메타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할 수 있지만 실제로 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감각은 문장 어조, 단어 선택, 리듬, 철학적 견해, 재미나 슬픔 정도 등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크라이즈먼은 이런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대응 방식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열중할 수 있으면서도 불필요한 것이 없는 똑똑한 소설을 요청받으면, 강력한 플롯과 활력이 넘치면서도 완벽하게 구성된 문학 소설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한다. 열중할 수 있다, 설레는, 불필요한 게 없이 똑똑한 구성 같은 감각은 장르나 메타 데이터로는 구별하기 어려워 알고리즘이 취약한 부분이다.

또 재미있다, 슬프다 같은 감정도 알고리즘으로 정량화하기 어렵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이야기 흐름상 나쁜 일이 일어나고 슬픈 책이라도 일시적으로는 즐거운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미있는 책, 슬픈 책이 되는 건 작품 전체 톤이 중요하며 이런 톤은 메타 데이터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알고리즘이 추천하기 어렵지만 대다수 사람에게 톤이 잘 전달되므로 사람이 이 책은 재미있어서 추천한다고 말하기 쉽다.

그 밖에도 이 작가 책을 좋아한다면 다음에는 이 작가의 책을 추천한다와 같이 길을 제시하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추천 방식이다. 소설이나 논픽션, 전문 서적의 경우에도 작가마다 일관되는 문체 톤, 난이도, 유머 감각 등이 있어 이 작가를 좋아한다면 다음엔 이걸 시도해보라, 이 작가가 어렵다면 이쪽이 쉬울 수 있다는 추천을 할 수 있다. 이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이 책도 읽었다와 유사한 알고리즘 접근에 가깝지만 인간 추천은 선호 유형과 톤에 더 밀접하게 맞출 수 있다.

크라이즈먼은 인터넷을 통해 추천 도서에 대한 상담을 많이 받아왔고 세미프로로서 상담 내용을 분석해 추천 내용을 구상해왔지만 추천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같은 작품을 읽은 지인이나 서평 블로그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틱톡 내 북톡(BookTok) 장르에선 추천 동영상으로 인해 베스트셀러가 나오기도 한다. 그는 책을 추천할 때 상대방 요구 사항을 잘 파악하고 알고리즘이 다루는 설정이나 메타 데이터를 넘어서는 부분을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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