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가능할 만큼 천천히 달리는 슬로우러닝이 주는 효과는 뭘까. 많은 이들은 장거리 주행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반드시 기록 갱신에 육박하는 엄격한 페이스로 트레이닝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 운동 생리학자인 던 고든에 따르면 마라톤계 절대 왕자로 불리는 육상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나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켈빈 킵툼 같은 마라토너는 연습 시간 80%를 심박존2 러닝에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심박존2 운동은 심박수가 올라가지만 달리면서 대화할 수 있는 느린 페이스다. 이 슬로우 페이스로 연습을 차분하게 실시하며 고강도 연습에 소비하는 시간은 전체 2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선수가 천천히 달리는 건 훈련이 몸에 주는 스트레스 크기와 관련되어 있다. 달리는 속도를 올리면 몸에 걸리는 부담도 증가한다. 또 몸에 걸리는 부담이 커질수록 부상이나 질병 등 위험도 증가한다. 따라서 선수는 고부하로 달리는 시간을 줄여 고장이나 컨디션 불량으로 연습할 수 없는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
천천히 달리는 장점은 단순히 부상이나 질병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훈련 기본 목적 중 하나인 기초가 생리적 스트레스가 상개적으로 적은 영역인 심박존2 슬로우 러닝에 의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기초 체력 중요성에 대해선 기초가 클수록 피라미드를 높게 쌓을 수 있지만 이는 트레이닝도 마찬가지이며 높은 강도 트레이닝이 가능해지는 기반이라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심박존2 달리기에선 심장에 큰 스트레스가 걸리지 않지만 심장에서 몸에 전달되는 산소를 포함한 혈액량은 최대 또는 최대에 가까운 양이다. 다시 말해 그 이상 운동 강도를 올려도 훈련에 의해 단련되는 심장 펌프 능력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닝 성공을 위해선 확고한 기초 체력을 만들고 한 번 박동으로 더 많은 산소를 근육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지방 연소와 체질 개선을 들 수 있다. 슬로우 페이스로 러닝을 하면 식사에서 섭취한 탄수화물이 아니라 몸에 축적된 지방이 에너지로 이용되게 된다. 지방 분자 하나에서 얻은 에너지량은 탄수화물 분자에서 얻은 에너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지방 연소는 효율적인 과정이다. 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되면 피로 축적을 줄여 레이스 당일 능력 개선으로 이어진다.
201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슬로우 러닝에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는 최대 산소 섭취량 VO2max와 레이싱 중 속도 상승률이 1% 높아진다는 것. 더 중요한 건 천천히 달리는 러너는 고강도 러닝을 자주 실시하는 러너에 비해 유산소성 기초 체력이 5배나 향상된다고 한다. 대부분 러닝을 저강도로 하는 건 선수가 아닌 사람에게도 최적일 수 있다.
슬로우 러닝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다. 생리학적으로 심박존2 운동은 젖산성 임계치 그러니까 운동에 의해 탄수화물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젖산이 혈액에 축적되기 시작하는 운동 강도로 정의된다. 그럼에도 러닝 중 채혈해 혈중 젖산치를 측정할 수는 없다.
더 간단한 기준은 달리면서 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다. 숨을 쉬는데 어려움 없이 달리면서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면 딱 좋은 페이스다. 한편 숨이 오르거나 다리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근육에 젖산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징후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