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SARS-CoV-2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비롯해 자연계에는 무수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인체 내에 무수히 존재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불리는 바이러스는 인간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은 세포 최대 40조 개로 이뤄진 생명체로 각각의 세포에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으며 장내에서 비타민을 합성하고 구강 내 산을 중화하고 면역 체계 균형을 잡는 등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박테리아는 방치하면 무한정 증식하여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등 인간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체내 박테리아를 적절한 수로 유지하기 위한 포식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게 바이러스로 인체 내에는 무수한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그 수는 최소 10조 개라고 한다.
인간 장내에는 최소 수조 개 바이러스가 서식하고 있으며 피부에는 180억 개, 침에는 한 방울당 바이러스 1억 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신경과 뇌를 둘러싼 뇌척수액에도 바이러스가 서식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다만 이런 바이러스 대부분은 즉시 인간에게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적어도 장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97%가 상재균을 죽이는 데 특화된 박테리오파지라 불리는 바이러스라고 한다.
박테리오파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체내 박테리아를 죽여 박테리아 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체내에서 박테리아를 발견한 박테리오파지는 다리 6개로 박테리아를 잡고 자신의 DNA를 방출한다.
그 결과 박테리아는 새로운 박테리오파지 생산 공장으로 그 역할이 바뀐다. 박테리오파지를 계속 만들어내던 박테리아는 결국 터져 새로운 박테리오파지를 방출한다. 이렇게 박테리오파지는 체내 박테리아 수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DNA를 주입해 세균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도록 돕고 있다.
DNA를 주입받은 이런 박테리아는 장 점액층을 지원하거나 탄수화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거나 염증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작용 덕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막거나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위험한 DNA를 가진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를 인간 건강에 위험한 존재로 바꿔 버리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체내에 존재하는 콜레라균은 보통 인간에게 무해한 박테리아지만 콜레라 독소 DNA를 가진 CTXφ 박테리오파지가 그 DNA를 콜레라균에 주입하면 콜레라 독소를 생산하게 되어 인체에 심각한 건강 피해를 준다.
콜레라 독소는 장 세포에 작용해 염분을 대량 방출한다. 그 결과 장내에 물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심한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고 탈수 증상에 빠지며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률이 5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또 콜레라 독소 DNA를 가진 박테리오파지는 환자 설사나 토사물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어 주변 사람에게 감염되고 증식할 수 있는 위험한 특성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φSa3ms 박테리오파지에 독소 등 위험한 DNA를 주입받은 황색포도상구균은 면역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사이토카인 대량 방출을 일으킨다. 그 결과 황색포도상구균이 손상된 조직 깊숙이 침입하기 쉬워져 염증이 악화된다고 한다.
박테리오파지 중에는 암 퇴치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 박테리오파지는 특이적인 암세포 적응을 노려 공격하고 표적 암세포 사멸을 확인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암세포로 표적을 바꿔 공격을 계속한다고 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암세포 용해성 바이러스는 암 퇴치에 있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이 시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