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개발된 챗봇 엘리자(ELIZA)는 초기 챗봇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엘리자 연구 개발에는 정체불명 여성 비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엘리자는 MIT 조셉 바이젠바움 교수가 개발한 챗봇. 엘리자는 인간이 입력한 문장을 분석하고 미리 설정된 템플릿을 사용해 인간다운 답변을 출력할 수 있다. 엘리자는 챗GPT 같은 현대 챗봇에 비하면 매우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며 자세히 말해달라 같은 무난한 답변을 출력하는 경우도 많지만 인간 피험자에게 대화 상대가 인간인지 챗봇인지 판단하게 하는 튜링 테스트에서는 GPT-3.5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는 등 인간다운 답변을 출력하는 점에서는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이런 엘리자는 엘리자와 대화하는 인간이 엘리자에게 인간과 같은 사고력이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심리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심리적 효과는 엘리자 효과라고 명명되어 현대 챗봇 연구에서도 언급되곤 한다.
바이젠바움 교수는 엘리자 개발 초기부터 엘리자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바이젠바움 교수가 엘리자에 대해 언급한 문헌 중에는 여성 비서가 엘리자를 사용했을 때의 반응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67년 발행된 문헌에는 자신의 비서는 이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어느 날 그녀는 시스템과 대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물론 그녀는 기계와 대화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녀가 몇 문장을 입력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서서 방을 나가 주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1976년에 발행된 책에는 바이젠바움 교수가 여성 비서 반응을 바탕으로 비교적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짧은 시간 동안 접촉했을 뿐인데 평범한 사람에게 강력한 망상을 유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기사에선 바이젠바움 교수가 남긴 기록으로부터 여성 비서 반응이 엘리자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여성 비서 정체를 알기 위해 MIT 아카이브를 탐색했다. 하지만 여성 비서 정체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고 MIT 인사과와 동창회에 문의해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엘리자 연구에 영향을 준 정체불명 여성 비서는 컴퓨터 개발에 기여했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 예로 소개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