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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무기 속 미국산 칩, 어떻게 수입하고 있을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발견된 러시아군 무기에서 다수의 미국산 칩이 발견됐으며 러시아 공급업체가 엄격한 수입 규제와 무역 금지 조치 속에서도 이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거나 이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우선순위 품목에 대해 제품 및 전자 기기, 기술 수출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한 대형 유통업체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TI(Texas Instruments)에서 2024년 1월부터 2024년 8월 사이 수십만 개에 달하는 600만 달러 상당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제품 중 400만 달러 상당이 러시아 군수 기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 러시아 무인기, 활공 폭탄, 정밀 통신 시스템, 탄도미사일 등의 무기에 TI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당국이 침공 이후 압수한 러시아 무기 부품 중 14%가 TI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유통업체는 TI가 온라인 상점을 위해 공개한 제품 정보 및 재고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API를 활용해 독자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getchips.ru, altchips.ru 등 도메인에서 러시아 국내에만 접근이 가능하며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접속 시 오류 화면이 표시된다. TI는 러시아 기업이나 웹사이트에 API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런 온라인 상점에서 주문된 제품은 TI로부터 여러 중개업체와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최종적으로 홍콩 등 제3국에서 러시아로 운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9월 미국 상원 상임 조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는 TI에 대해 러시아의 기술 사용을 막는 데 실패했다며 온라인 판매 관리가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 토머스 위싱턴 부교수는 하이테크 칩이나 마이크로 전자 기술을 러시아로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수출하는 건 이 기술이 무기에 사용될 위험을 수반한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제3자에 대한 마이크로 전자 기술 수출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I는 제품이 러시아로 유입되지 않도록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군사 전용에 맞서기 위해 정책과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년 평균 400만 건 이상 주문을 검토해 신뢰성에 의심이 드는 수천 건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I 측 관계자는 자사는 러시아산 무기에 자사 제품이 사용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TI 제품의 러시아로의 출하는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며 모두 불법이라면서 TI 부품이 러시아로 불법적으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부서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TI 제품을 포함한 이런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러시아로 직접 또는 고의적으로 수출하는 건 불법이지만 러시아 외 여러 국가로의 수출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아 러시아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관할 구역을 거치는 경우 확인이 복잡해지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관계자는 미국 기업은 정부의 수출 관리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미국 법률 및 규제에 따라 리스크를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 제재 위원회 위원인 블라디슬라브 우라시우크는 러시아와 같은 테러리스트 국가가 서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한 유통업체는 무기용 부품 조달을 계속할 것이라며 더 엄격한 수출 관리와 법규 준수 절차, 제3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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