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핵전쟁 이후에 올 핵겨울…무슨 일이 벌어질까

핵무기를 보유한 대국간 긴장이 높아지면 인류를 멸망시키는 핵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핵전쟁 자체에서 살아남아도 그 뒤에 따라올 핵겨울은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일단 핵전쟁이 일어나면 인류 역사는 핵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건 확실하다.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나면 방대한 면적이 폭발 충격과 대규모 화재로 파괴되어 수억 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핵전쟁이 일으킬 최악의 사태는 이후에 온다.

바로 핵겨울이다. 핵겨울은 최대 수십억 명을 죽음으로 몰고 최악의 경우 현대 문명을 완전히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먼저 폭심지 주위 수km 범위가 충격파와 고온 폭풍에 의해 파괴되고 주변에 방사선 오염이 퍼진다. 화재가 광범위하게 퍼져 지상 모든 걸 태울 가능성도 있다.

폭발 직후에는 거대한 버섯 구름이 일어난다. 폭발 몇 시간 안에 도시와 숲을 태우는 화재로 인한 열풍과 연기가 주변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면서 화재성 난운으로 상승한다. 수소와 에어로졸을 포함한 이 난운은 지표에서 고도 11km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에 도달한다.

보통 대규모 화재로 인한 수소와 에어로졸은 비로 씻어낸다. 그런데 화재성 난운으로 인해 거의 구름이 없는 성층권까지 도달하면 대기 중 수소를 제거할 수 없게 되어 몇 년간 성층권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게 단일 도시에서 일어나면 영향은 국지적이지만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핵공격하면 잔존 핵 전력에 의한 보복이 이뤄지는 상호확증파괴 개념에 근거한 교전이 일어나면 수백에서 수천 개 핵무기가 한 번에 사용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각지에서 대량 화재성 난운이 발생해 수소 1억 5,000만 톤이 성층권으로 보내질 가능성도 있다.

핵전쟁이 일어나 며칠에서 몇 주간 수소는 고도로 지구를 덮기 시작해 태양광을 흡수, 빛이 지표에 도달하는 걸 방해한다. 이로 인해 불과 몇 주 만에 갑자기 땅에 닿는 햇빛이 줄고 핵겨울이라는 극단적 기후 변화가 발생한다.

핵겨울이 얼마나 규모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영속적인 게 아니라 영향은 길어도 10년 정도로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단 몇 주 이내에 대규모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영향은 엄청나다. 겨울을 훨씬 길어지고 여름은 짧아지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해수면에서 증발하는 수분량이 줄고 이에 따라 강수량도 줄어 지상에선 대규모 가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충분한 햇빛과 온도 그리고 비가 없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음식 생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인류 대부분은 적도에서도 극지에서도 적당히 떨어진 중위도대에 살고 있으며 여기에는 미국 대평원과 우크라이나 등 농업 생산성이 높은 지역도 포함된다. 하지만 핵겨울에 의해 중위도대 기온이 대폭 내려가면 밀이나 쌀 등 세계적인 곡물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다.

식량 생산 체제가 붕괴되어 버리면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국외 수출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게 되어 굶주림에 휩쓸리게 된다.

인간이 비축한 작물과 음식은 몇 주 수준 밖에 없기 때문에 연간 생산량 감소를 견딜 수 없다. 핵전쟁이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기후 변화만은 아니다. 현대 농업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다양한 농약과 비료, 농기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핵전쟁에 의해 이런 공급망이 파괴되는 것도 농업 생산성에 타격을 준다.

현재 과학자가 핵겨울을 검토할 때 상정하는 교전국은 인도와 파키스탄 혹은 미국과 러시아 2가지다. 이 중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비교적 저출력 핵무기 100개 정도를 이용한 교전이 예상되지만 핵폭발 자체로 2,7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제1차세계대전을 웃도는 사망자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핵겨울은 그다지 강렬한 게 아니라 핵가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지만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기후 혼란에 의한 농업 생산성 저하가 예상된다.

시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억 5,000만 명이 기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또 인도와 파키스탄은 군비 경쟁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에서 사용되는 핵무기가 수백 개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250개 정도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주요 인구 밀집지 폭격으로 1억 명 이상이 사망하고 핵겨울에 의해 전 세계 전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칼로리는 절반이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아사자는 2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토 국가와 러시아, 미국, 중국 등이 얽힌 핵전쟁이다. 핵무기 4,400개가 사용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폭발로 3억 6,000만 명이 곧바로 사망하고 칼로리 생산량은 90%나 감소한다. 거의 모든 농업은 치명적 타격을 받고 되살리기 어렵다. 2년 이내에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50억 명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와 중국, 캐나다, 미국, 유럽 대부분은 인구 몇%만 살아남고 문명이 복구될 수 없다. 한편 핵무기 보유국 대부분은 북반구에 있기 때문에 남반구에 있는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은 핵전쟁 영향이 비교적 적고 핵겨울도 온화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 국가는 식량 수출을 멈추고 자국민을 계속 살리는데 주력할 것이다.

핵겨울이 끝날 때 몇 명이 살아남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아그이 경우라면 인류 문명이 수천 년이나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