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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마지막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현재 우주에는 무수한 별과 은하가 퍼져 있으며 언제까지나 이 상태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우주에도 끝이 온다. 이런 우주 마지막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빅뱅에 의해 시작됐다고 여겨지는 우주는 수소와 헬륨가스로 채워진 고온 장소였다. 이후 우주에는 가스를 바탕으로 무수한 별이 형성됐다. 별을 형성하는 가스는 순환하고 별이 소멸해도 새로운 별 형성에 사용된다. 하지만 새로운 별이 형성될 때마다 적색왜성이라고 불리는 몇 조년간 천천히 불타는 별도 늘어난다.

적색왜성은 죽으면 백색왜성이라는 형태로 이행해 가스 순환을 정지시켜 버린다는 것. 더구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같은 별이 완성되어도 가스를 영구적으로 가둬 버린다. 다시 말해 새로운 별 형성에 사용할 수 있는 가스 잔량은 점차 줄고 곧 새로운 별이 형성되지 않는 시대에 도달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 우주가 만들 수 있는 별 90% 이상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앞으로 수천억 년은 다양한 천체가 공존하는 상태가 이어지지만 이윽고 행성이나 활동이 활발한 항성은 소멸해 가고 최종적으론 적색왜성만 남는다.

하지만 여전히 우주의 끝은 아니다. 지금부터 수조 년 이후 우주 가스는 모두 고갈되어 은하 질량 88%가 백색왜성, 2%가 중성자성과 블랙홀, 나머지 10%가 거대 가스 행성과 갈색왜성이 된다고 한다.

백색왜성은 오래된 별 시체이며 크기는 지구 정도다. 하지만 질량은 태양 절반 이상으로 중성자성과 블랙홀에 이어 우주에서 3번째로 밀도가 높은 천체다. 표면 온도는 태양보다 훨씬 높은 15만 도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백색왜성은 어둡고 뜨겁고 밀도가 늪을 뿐인 구체이며 결국 열을 잃고 죽는다. 여기에는 적어도 10조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백색왜성이 차가워져 우주 자체만큼 어두워진 상태를 흑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시간이 지나면서 은하계 모든 물체는 허공으로 방출되거나 궤도가 감쇠되어 블랙홀에 흡입된다. 수백경 년 동안 모든 은하가 증발해 관측 가능한 물체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우주 끝을 향해 진행하는 과정이 있다. 예를 들어 블랙홀은 호킹 방사선에 의해 서서히 에너지를 잃고 결국 빛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여기에는 101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만일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꺼내는 것으로 살아남고 있던 생명체나 기계가 있더라도 블랙홀 소멸과 함께 이 생명은 끝난다. 아직도 우주는 끝이 아니다. 이미 밖에서 관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는 흑색왜성 중에선 기묘한 물리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흑색왜성은 지구 정도 크기 천체이며 무게는 태양만큼이다. 하지만 이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까울수록 저온이다. 원래는 별로서의 질량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색왜성이 블랙홀이 아닌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흑색왜성 깊이에서 물질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물체 수백만 배 밀도로 압축된다.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전자는 원자핵과 결합해 원자를 만들 수 없다. 대신 원자핵은 압력에 의해 단단한 격자에 갇혀 전자는 그 사이에 플라즈마를 형성한다. 이 전자가 별을 연결하고 있다는 것. 만원 열차에 있는 사람이 쓰러지지 않게 밟을 수 있는 압력에 노출된 전자는 중력을 거꾸로 밀어내기 때문에 흑색왜성은 이 형태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흑색왜성 중에선 양자 터널 효과에 의해 원자핵끼리 결합하고 원자가 태어나는 과정이 상당히 천천히 진행된다. 1회 반응이 일어나고 나서 다음 반응까지 수십억 년에서 수조 년 사이가 비어 있지만 어쨌든 원자핵 결합은 꾸준히 진행되어 간다.

블랙홀이 죽기까지는 10100시간이 걸리지만 흑색왜성이 원자를 만드는 과정에 비하면 큰 시간은 아니다. 부조리한 시간을 들여 융합을 반복한 흑색왜성 원자핵은 더 무거운 원자가 되어 간다. 궁극적으론 실리콘이 융합되어 니켈 동위 원소이자 방사성 물질이기도한 니켈56이 만들어진다.

니켈56은 불안정한 원자이기 때문에 결국 붕괴되어 철이 된다. 이 때 전자 반입자인 양전자를 방출한다. 양전자는 전자와 부딪혀 대소멸을 일으킨다. 이에 의해 만원 전철 같은 흑색왜성을 지지하는 전자가 점차 줄어든다. 흑색왜성은 점차 철구로 바뀌어 가고 동시에 스스로를 지지하는 전자를 잃는다.

10100 이상 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흑색왜성은 자신의 질량을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버린다. 결국 마치 은하 같은 빛을 발하면서 흑색왜성은 붕괴한다. 이는 우주 마지막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건 엄청나게 먼 미래 얘기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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