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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과하면 문제지만 수명 연장에도 도움된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자외선은 세포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피부암을 일으킨다며 가능하면 햇빛을 피하는 걸 조심해온 사람이 많을 것이다. 확실히 일광욕에는 피부암 위험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장점이 단점을 웃돌고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복수 연구에 의해 밝혀져 왔다.

태양광 위험성이 알려지게 된 건 1920년대 후반에 조지 핀드레이라는 영국 연구자가 실시한 실험이 계기다. 자외선을 정기적으로 조사한 쥐를 관찰한 이 실험에 의해 쥐 피부에 종양이 발생해 햇빛이 피부암 위험 상승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게 판명됐다. 이후 이뤄진 많은 연구에 의해 자외선이 피부 세포 DNA 변이를 유발해 곧 피부암으로 발전한다는 메커니즘이 해명되어 갔다.

이런 해로운 영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햇빛을 많이 받는 사람은 수명이 길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대학 병원 연구팀은 2014년 여성 3만 명 건강을 2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운동이나 수입 등 요인을 고려해 하지만 태양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여성은 태양광을 받지 않게 된 여성보다 평균 1∼2년 이상 살아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햇빛을 잘 받은 여성 수명이 길어진 건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자가 면역 질환, 만성 폐 질환 등 암과 무관한 질환에 걸리는 위험이 낮기 때문으로 간주된다. 백인을 대상으로 한 영국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있다. 2023년 7월 공개된 연구에선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은 UK바이오뱅크에 등록된 백인 참가자 37만 6,729명 건강 상태를 평균 13년간 추적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광욕을 적극적으로 한 사람은 일광욕을 피한 사람보다 어떤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14%, 심혈관 질환 사망 확률은 19% 낮았던 게 판명되고 그 결과 적극적으로 일광욕을 한 사람 생존 기간은 평균 50일간 길어졌다. 영국에서도 남부에 사는 사람 생존 기간은 300km 떨어진 북쪽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16일 장수했다. 다시 말해 일조 시간이 긴 지역 사람일수록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선 적극적으로 일광욕을 하는 사람은 피부암을 포함한 암 사망 위험도 1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광에 피부암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결과지만 연구팀은 흑색종 진단자에게는 비타민D 측정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예후가 좋았다고 지적한다.

비타민D는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B, UV-B가 피부 조직에 있는 7-데히드로콜레스테롤에 반응해 합성된다. 이렇게 체내에서 만들어진 비타민D는 뼈와 근육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과 인 균형을 조절하는데 사용되며 면역세포가 유해한 박테리아를 격퇴하거나 상처 회복을 촉진시키는 데에도 사용된다. 또 비타민D 수용체는 심장니나 뇌 등에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감염증, 암 등도 비타민D 결핍과 관련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퍼지고 있다. 비타민D 부족이 문제라면 아무것도 피부암 위험을 감수할 때까지 일광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 연구팀이 자외선과 면역계 관계에 대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비타민D 보충제 효과를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서 서로 모순된 것도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구자 중에는 뭔가 잘못된 관점에서 비타민D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햇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비타민D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원래 과도한 햇빛 노출이 피부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건 자외선이 DNA를 손상시키는 것 외에도 손상된 세포를 발견하고 암이 되기 전에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 활동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면역까지 약해지면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면역 시스템이 너무 작동하면 정상적인 세포나 체조직까지 공격해버리는 자가 면역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과잉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관점에서 면역력 저하는 장점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면역계가 실수로 뇌와 신경을 공격해 발생하는 다발성 경화증 연구는 햇빛을 받는 시간과 발병 위험이 낮은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됐다. 10명 중 1명이 자가 면역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으며 자가 면역 질환은 암과 함께 현대인 건강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초기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UV-B를 받고 증상 진행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20명이 참가한 예비 연구에선 광선 요법을 받은 초기 다발성 경화증 환자 10명 중 7명이 증상을 보였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선 10명 전원이 발병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후속 분석에서 광선 요법을 받은 사람은 혈액 내 면역 세포 구성, 그 중에서도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 밖에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은 이전 인간 피부에 혈관 확장 작용을 갖는 일산화질소가 대량으로 저장되어 자외선A, UV-A가 조사되면 활성화되어 일시적이면서 혈압이 저하되는 걸 시험에서 확인하고 있다. 또 남성이 UV-B를 받으면 피부 DNA 손상이 트리거되어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렐린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지만 염증과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일광욕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경감하는 건 이게 이유가 아닐까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을 받는 유익한 측면을 보여주는 증거가 늘면서 안전하게 일광욕을 하기 위한 공중위생 가이드라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자외선 영향은 개인 체질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일광욕 시간대와 길이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건 어렵지만 건강 유지에 필요한 햇빛량은 햇빛 노출을 일으키는 양보다 훨씬 적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 의견에서 일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햇볕을 쬘 정도로 태양광을 받지 않아도 일광욕 장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관련 기금 관계자에 따르면 선스크린을 사용해도 비타민D 부족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도 자외선 일부는 피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영국 피부과의사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햇빛 노출은 피부암 위험을 높이기 위해 피하는 걸 권장한다며 선스크린을 사용하는 것, 옷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것, 자외선 지수가 높은 시간대는 그늘에서 보내는 것 등 여러 단계로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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