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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AI 규제하지 않을 것”

인도 당국은 정부가 AI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담한 듯한 이 선언은 유럽 등에서 AI 기술에 대한 보안 강화를 모색하고 1,000명 이상 전문가가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인 GPT-4 개발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고 일주일 뒤에 이뤄졌다.

인도전자정보기술부는 성명을 통해 급속한 AI 확대에 따른 편견이나 투명성 등 윤리적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도 정부는 국내법에 의한 AI 개발 규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 AI가 디지털 경제 추진력으로 기업 촉진과 비즈니스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건전한 AI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책임 있는 가이드라인 규격화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럽 등 정책 입안자와 같은 우려를 표명하는 건 피하고 있다.

오픈AI가 내놓은 챗GPT로 인해 제너레이티브AI가 갑자기 주목받으면서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워즈니악 등 1,000명 이상 전문가가 AI 개발 기업에 대해 새로운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는 등 AI 개발에 제동을 걸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한은 충분한 보안 대책 없이 GPT-4 같은 시스템을 추진하면 사회와 인류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이 개발 일시 중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중단하도록 의원에게 요구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한 교수는 서명자가 언급한 위험이란 인간이 세계와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자 사이에선 AI 위협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 공개 서한에 서명한 많은 전문가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류를 넘어 핵무기와 기후 변화 같은 존망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 AI에 의한 오정보나 편견 조장을 우려하는 전문가는 AI 챗봇 같은 시스템에 인간 수준 지성을 갖게 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AI에 대해 언급하며 기후 변화나 질병 조기 발견 같은 난제에 대처하는데 AI가 도움이 된다면서도 사회와 경제,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기술 기업은 공개 전에 AI 시스템 안전성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AI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엄격한 규제를 피하도록 노력해온 기술자나 정책 입안자, AI 추진파는 오정보나 편견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국이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미국은 아무래도 중국과의 AI 개발 경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권 시절 AI 관련 국가안전보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미국이 중국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뭐든 해야 하며 만일 경쟁에 질 것 같은 일이 있다면 수조 달러 이익을 잃을 뿐 아니라 AI 개발 우위성을 이용해 중국이 지정학적 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민주주의 세력이 기술에서 뒤쳐져 권위주의 세력이 앞서가면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험에 처해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 대한 이런 우려는 인도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인도 당국 선언은 중국보다 AI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선 기술 기업과 억만장자 창업자에 대한 단속 강화나 EU 일반데이터보호규칙과 비슷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를 성립시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비교해 중국에서의 AI 진화가 상대적으로 둔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이 발표한 보고서(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2023)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AI 분야에 중국보다 3.5배에 해당하는 474억 달러 투자를 했다. 인도가 AI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이런 경쟁에서 뒤처진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AI 투자액을 보면 인도는 불과 32억 4,000만 달러로 세계 5위지만 미국 7%에 못 미치는 규모다. 어쨌든 유럽이나 중국 내 규제가 AI 개발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야심찬 기술 기업 등에게는 인도 AI 추진 자세는 상황을 타파할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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