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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행사를 가능하게 해준 기술들

세기의 역전극에 미국 1억 1,300만 시청자가 열광했다. 미국에서 열린 제57회 NFL 미식축구 연간 결정전인 슈퍼볼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38:35로 승리했다. 이 뜨거운 무대에도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먼저 4K 라이브 전송. 슈퍼볼 4K HDR 라이브 스트리밍은 2020년이 처음이었지만 당시 사용하던 카메라는 1080p HDR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폭스가 스타디움에 투입한 카메라 94대 중 32대는 고프레임레이트 촬영이 가능한 HDR 카메라이며 12대는 4K/8K 대응이었다.

2번째는 머리 위를 날아 다니는 스카이캠(Skycam). 공을 쫓는 카메라로 컴퓨터 제어 케이블로 상하좌우 종횡무진 최대 속도 47km/h로 움직일 수 있다. NFL에서 처음 사용된 건 1984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프리시즌전이었던 만큼 이제 40년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슈퍼볼에선 2017년부터 사용되는 기술로 올해는 4K 카메라와 슬로모션 카메라를 탑재한 스카이캠이 채택됐다. 이 제품을 발명한 사람은 가렛 브라운(Garrett Brown)이다.

3번째는 AI로 생성하는 고품질 슬로모션 영상. 100대 가까운 카메라에서 모이는 데이터는 방대하다. 이를 실시간으로 모아 아름다운 슬로모션 영상으로 생성해주는 건 AI다. 폭스 위탁 기업인 EVS 엑스트라모션(XtraMotion) 서비스에선 영상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인공적으로 메워 프레임 속도를 높이고 슬로모션 재생에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내고 있다.

예를 들어 60fps로 찍어 180fps로 하거나 고프레임레이트 카메라로 찍은 180fps 영상을 540fps 슈퍼슬로모션 영상으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포츠 중계에 자주 사용되는 건 엑스트라모션 클라우드 버전이지만 제57회 슈퍼볼에선 폭스 컨트롤룸에서 처리를 해 생성 출력 속도를 현격하게 높였다고 한다.

다음은 드론. 스타디움 전체를 보는 공중 촬영에서 폭스가 사용한 건 드론이다. 이는 강력한 스태빌라이저 탑재형 드론과 스타디움 내부 좁은 공간에도 들어갈 수 있는 FPV 드론 등이다. 회장 주위 경비에도 드론이 활약했지만 경기 전에는 모두 착륙했다 치안상 이유로 경기 중에는 경기장 상공은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다.

다음은 포메이션 해석도 AI로 하는 것. 양팀 모두 영상을 모든 각도로 분석해 전법을 사용하는데 브리검영 대학 연구팀은 선수 움직임을 딥러닝과 컴퓨터비전 알고리즘으로 특정, 추적해 포메이션이나 플레이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먼저 대학 미식축구팀 영상으로 학습하고 이후에는 비디오 게임 매든2020에 대응할 수 있게 앵글을 넓혀 정밀도를 높였다. 선수 특정 명중률은 지금까지 90%. 포메이션 명중률은 85%다.

다음은 웨이모 무인 택시. NFL 관객은 공항과 시내에서 알파벳 산하 웨이모 시스템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피닉스 시내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시작한 데 이어 큰 무대가 된 셈이다. 무인 택시를 웨이모 앱으로 호출하면 나타나는 건 재규어 아이페이스(Jaguar I-PACE). 미국 NHTSA에 따르면 슈퍼볼 기간 중 사고가 다발하는 건 18시부터 아침 6시까지 술취한 음주자 운전이라고 한다. 자율주행 운전이라면 음주나 피로, 전반 부주의 등 우려가 없고 슈퍼볼 같은 기간 중 안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은 서피스. 인스턴트 리플레이, 리뷰, 실시간 경기 분석에 사용했다고 한다. NFL에선 팀마다 여러 태블릿이 사용됐지만 지금 공식 기기는 서피스로 2020년 제휴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발표로는 전 세계 35개 스타디움에서 서피스 2,000대, 윈도 서버 170개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NFL은 또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도 리그 전체에서 채택하고 있다. 문서 공유나 원정 일정 조정도 팀즈로 한다.

다음은 2022년 시즌 중 18%나 증가한 뇌진탕을 위해 슈퍼볼에서도 199달러짜리 큐칼러(Q Collar)를 목에 감고 있는 선수 모습이 보였다. 이 제품은 뇌 정맥 혈액 순환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음은 메타버스 버전 슈퍼볼. 슈퍼볼이 개최된 기간에는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메타버스판 슈퍼볼도 열렸다. 마지막으로 6만 4,000명 데이터 통신을 지원한 시스코. 스타디움에는 6만 4,000명 가까운 팬이 한 자리에 모였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틱톡이나 무선 기능을 이용했다. 당일에는 시스코와 스테이트팜이 공동으로 경기장 와이파이와 디지털 안테나 시스템을 강화했다. 2015년 와이파이 트래픽이 6.2TB로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해에는 31TB를 넘겼다. 올해 통신 용량은 무려 페타바이트였다고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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