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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인플레 속 암호화폐 월렛에 자금 몰리지만…

아르헨티나는 치열한 인플레이션에 휩싸였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2022년 10월 현재 88%를 초과했다. 일부 국민은 투자 펀드와 결제 서비스인 메르카도 파고(Mercado Pago)를 이용해 자신의 자산을 지키려 하고 있지만 이 서비스에는 리스크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몇 개월 안에 10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이 자신의 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대책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부유층은 암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암호화폐에도 손을 대지만 중산층이나 노동자 계급은 달러나 암호화폐를 살 여유가 없거나 얻을 방법도 모른다. 따라서 일부 국민은 자국 내에 널리 침투한 디지털 월렛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메르카도 파고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디지털 결제 서비스 겸 투자 펀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디지털 월렛에 입금할 수 있으며 투자 신탁 접근도 가능하다. 현재 연간 605 리턴을 제공하고 있지만 투자라고 하는 것보다는 은행 계좌에 맡기고 있으면 빠르게 가치가 상실되는 자금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배경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감염 유행 영향으로 아르헨티나에선 많은 일상 거래가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 2022년 10월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인구 절반이 디지털 결제 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월렛 사용은 지난 2년간 배가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2022년 시점 아르헨티나 금융거래 전체 50%를 디지털 결제가 차지하게 됐다.

디지털 월렛 도입도 급증했지만 아르헨티나에선 메르카도 파고를 개발하는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가 거대한 시장 커넥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메르카도 파고가 결제 앱 분야를 주도하는 건 필연이었다고 한다. 시장 컨설턴트 기업(Americas Market Intelligence) 관계자는 메르카도 파고는 사용자와 전자 상거래 보급이라는 점에서 주요 디지털 월렛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사이버 보안 전문가와 경제학자는 많은 사용자와 자금이 앱 하나에 집중된 것에 대해 안전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메르카도 파고 계정 잠금을 해제하기 위한 인증 코드는 SIM 카드로 보내지기 때문에 만일 스마트폰을 도난당하면 SIM 카드를 새 기기에 넣고 계정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면 누구나 액세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용자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한 비밀번호, 이중 인증, SIM 카드 암호화 등 가능하면 많은 요소를 적용해야 한다며 기업은 이를 권장하고 데이터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카도 파고 등 디지털 월렛은 정식 금융기관에 의무화된 사기나 도난 대책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종종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한 전문가는 메르카도 파고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지만 높은 금리는 오히려 가장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메르카도 파고가 적절한 규제 없이 쉽게 돈을 빌려주거나 고금리로 단기 투자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가난한 사람이 투자가 아닌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 지갑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만 보안 위험은 모든 디지털 지갑에 공통적이라고 지적한다. 반면에 빈곤율이 높은 미국 흑인 남성은 모기지 등을 신청하는 대신 암호화폐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흑인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층 중 하나이며 흑인 대부분은 세대를 넘어 부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흑인에 대해 더 높은 이자율로 모기지를 빌리게 하는 등 은행에서 차별받는 흑인이나 금융기관에 불신감이 있는 흑인도 많다. 이들에게 신용조사 없이 살 수 있는 암호화폐는 매력적인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흑인 투자자가 암호화폐에 손을 대는 건 백인 투자자에 비해 느린 반면 암호화폐 가치가 과거 최고치에 달한 2021년 시점 흑인은 백인보다 암호화폐를 소유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 11월경부터 암호화폐 전체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 미국 뉴욕주 상원 위원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암호화폐는 부유한 기업과 기관이 흑인이 갖고 있는 작은 부를 끌어내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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