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초미세 세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자신이 사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정글이나 바닷속, 우주 등에 낭만을 느끼는 사람은 많을 수 있지만 발밑에 있는 마이크로 세계에 눈을 돌린 사람은 적다. 세포나 분자, 원자가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 세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간도 벌레나 미생물에 있어선 엄청나게 큰 존재다. 길이 1km 정도 걸으면 끝까지 15분 정도 걸리는 공원을 무대로 마이크로 세계를 들여다 보면 먼저 인간 크기를 1,000분의 1까지 줄이고 신장을 불과 2mm 상태로 세계를 본다고 생각해보자. 이 상태에선 모래 알갱이가 키만큼, 풀이 8층짜리 빌딩 정도 높이로 느껴진다.

한때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던 공원은 1,000km 정도 거리로 프랑스를 횡단하는 거리에 필적한다. 인간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4배 높이로 보인다. 꿀벌은 헬리콥터 정도 크기로 날개와 몸 움직임으로 지면이 흔들릴 정도다.

또 몸 크기가 1,000분의 1이 되면서 공기 밀도가 1,000배로 느껴져 마치 꿀 속을 움직이는 것 같은 감각이 된다고 한다. 꿀벌은 이 체감 공기 밀도를 이용해 보트를 긁는 것처럼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날고 있다. 따라서 꿀벌이 인간 크기로 스케일업해도 몸과 날개가 너무 무거워져 하늘을 날 수 없게 된다.

체장 2마이크로미터 상태가 되면 거의 대장균 같은 크기로 공원은 인간에게 100만km 크기로 느껴진다. 미생물 시선으로 보면 꿀벌은 움직이는 에베레스트산이다. 공기는 용암 정도 점도가 있으며 인간은 그 안에서 움직이기 어렵다. 잎 한 장만 따져도 파리만큼 광대하며 진딧물 먹이 흔적이 분화구처럼 남는다. 식물 세포는 유리에 싸인 집처럼 느껴지며 물방울 떨어지는 건 소행성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스케일에선 물 충격을 받지 않고 그대로 물에 흡입된다고 한다. 물 분자에 작용하는 응집력에 의해 물은 접착제처럼 손발에 붙어 있기 때문에 작아진 인간은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작은 물방울에는 많은 미생물과 테니스공 크기 바이러스가 있다.

미생물은 화물열차처럼 여기를 다니는데 대부분 미생물은 해파리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 편모라는 촉수 같은 기관으로 물속을 움직인다. 이를 인간에 비유하면 600km/h 이상 속도로 진흙 속을 가는 것과 같다.

또 미생물은 너무 작고 물 점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미생물 움직임에 관성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생물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한 짜릿한 움직임이 된다.

이어 몸길이 2나노미터 분자 세계를 살펴보면 이곳에선 물방울이 달처럼 보인다. 공원은 거의 태양계에 필적하는 크기가 된다. 하지만 여기는 진공이 아니라 다양한 물질로 가득하다. 어디를 봐도 무수한 분자나 원자가 있어 잔디 세포 단단한 벽에서도 진동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물방울 1개에 포함되는 물 분자는 60억 개에 이르고 물 분자가 1초간 수백조회 충돌하는 폭풍 같은 세계가 된다. 인간 스케일로 환산하면 물 분자는 2,300km/h가 넘는 속도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들 분자 움직임은 열에 의한 것이다. 열은 분자 움직임과 진동이다. 열을 잃으면 분자 움직임이 느려지고 충돌 빈도가 감소한다. 열을 얻으면 분자는 속도를 높이고 충돌 빈도도 높아진다. 또 물방울로부터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면 공기를 구성하는 분자가 드물게 존재하는 것으로 그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분자 사이에는 진공이 있을 뿐이며 분자가 다음 분자에 충돌하기까지 평균 60나노미터, 인간 스케일로 환산하면 하키장 정도 거리를 이동한다. 만일 방안에서 날아다니는 모든 분자와 원자를 압축하면 부피는 방 0.1%에 이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인간 주위는 99.9%가 진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층 더 줄여 신장 2피코미터 크기가 되면 20억km 크기감이 되어 태양에서 토성까지 스케일이 된다. 그래도 원잘 질량 99.7%를 차지하는 원자핵은 손가락 끝에 올린 모래알 정도 크기지만 원자핵을 돌리는 전자는 에펠탑 정도 범위를 감돌고 있다. 원자핵은 진동하거나 부풀어 오르고 가만히 정지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1,000분의 1 크기로 축소하면 더 이상 작은 세계는 관측할 수 없는 길이에 도달한다. 이보다 작은 세계에선 기존 우주 모델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 이 세계에선 입자가 거품이거나 사라져 상상을 끊는 에너지 양자 거품이 생성된다고 여겨진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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