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11월에 걸쳐 발생한 폭풍은 풍속이 17.4m/sec에 달하는 것만 사상 최다인 30개였다고 한다. 이 가운데 사상 2번째로 많은 14개가 허리케인 그러니까 33m/sec로 발달했다. 알파벳만으로는 부족해 그리스 문자까지 사용할 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허리케인 시즌 사망자는 수백 명에 달하고 손해는 400억 달러 이상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폭풍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대서양에서 발생한 모든 폭풍 강우량은 인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으로 평균 5%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비가 떨어지는 속도가 10% 빨라지고 있다는 것. 하강하는 바람 속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허리케인에 한정하면 강우량은 8%, 강우 속도는 11% 증가했다고 한다.
뉴욕주립대학 연구팀은 폭풍 영향이 미치는 지역 크기를 감안하면 비가 10% 밖에 증가하지 않아도 홍수 피해 규모는 10%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린 비는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범람원 모양과 규모에 따라 작은 차이가 치명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0년 발생한 모든 폭풍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1,200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과거 기상 현상을 다시 예측하는 하인드캐스트라는 모델에 의한 기후 변화가 없는 세계와 비교했다. 온난화한 허리케인 시즌과 온난화하지 않은 허리케인 시즌을 비교해보는 것.
개별 폭풍에 대한 기후 변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있었지만 시즌 전체 강우량과 기후 변화 관련 연구 결과는 이게 처음이다. 연구팀은 극단적 기상 현상 뿐 아니라 변화하는 일상적 날씨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허리케인 강우량 증가는 기후 변화 영향 예측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부류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또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와 허리케인 강도와 발생수 관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 의해 기후 변화가 폭풍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증거가 늘어난 건 틀림없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지구 기온은 1.1도 상승하고 있다. 석탄과 석유, 메탄가스 등 화석연료 이용이 이유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2020년까지 폭풍이 발생하는 대서양 해역은 평균 0.6도 온난화됐다고 한다. 해수 온도 상승은 허리케인에 있어 연료일 뿐이다. 해수면이 따뜻해질수록 증발하는 수분이 증가한다. 해상 기온이 올라가면 더 많은 수증기가 포함된다. 다시 말해 바다가 따뜻해질수록 허리케인이 되기 쉽다. 이 상황은 온난화가 멈출 때까지 심각해질 수 있다.
오는 6월부터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된다. 물론 이보다 더 빨리 시작될지도 모른다. 올해 허리케인 시즌은 활발하게 발생하는 폭풍이 예년보다 30%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번 연구는 올해 발생하는 폭풍이 더 많은 비를 내릴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온난화가 계속되면 허리케인 강우량이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기후 변화는 바로 눈앞에서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 허리케인에 의한 홍수 등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려면 사회가 가능한 한 온난화를 늦추면서 지구 규모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