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도 화장도 싫다면. 미국 워싱턴주에 이어 콜로라도주에서도 사체 콤포스팅(composting) 그러니까 퇴비화 합법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주지사 서명만 기다리게 됐다.
카트리나 스페이드(Katrina Spade)는 대학에서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고 건축 디자인을 전공, 석사 논문으로 도시 시신이 잠드는 장소를 주제로 TED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해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법안 정비가 안 된 상태였지만 위싱턴주가 이해를 보였고 2019년 합법화해 올해 1월부터는 자연 유기 분해 NOR(Natural Organic Reduction) 시설을 열어 매장과 화장 수준 비용으로 시신을 30일 퇴비화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TED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매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50% 가까운 수준이다. 장례식장 직원이 체액을 뽑아 시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보전액으로 교체하는 방부 처리를 해서 관에 넣고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묘지에 묻는 것이다. 미국 내 묘지에 사용되는 금속을 모두 모으면 금문교를 지을 수 있는 수준. 나무를 모으면 단독 주택 1,800채를 건립하고 방부 처리에 사용하는 포름알데히드를 모으면 올림픽 수영장 8개에 달한다. 더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묘지가 부족하다.
물론 최근 화장 비율이 급상승 중이다. 간단하고 저렴하고 환경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신을 태우는 과정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되며 공기도 오염된다. 미국 내 화장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2.7억 톤에 달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지구에 독이 되는 셈이다. 지금의 매장법은 자연 분해를 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몸은 내버려둬도 자연스럽게 맡기면 미생물의 힘으로 흙으로 변환된다. 낙농 농가에선 가축 사체 퇴비화(Livestock Mortality Composting)를 실천하고 있다. 동물은 질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탄소가 풍부한 걸 씌워 분해하는 것이다. 미생물은 호기성이기 때문에 산호와 물을 적당량 주면 된다. 예를 들어 소에 나무 조각을 씌워 야외에 두면 바람과 비가 쏟아져 9개월 뒤에는 영양분이 풍부한 퇴비가 된다. 이런 이유로 퇴비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공원과 장례식장, 묘지가 어우러진 곳으로 자연의 순환에 인간이 다시 이어지는 곳으로 꾸미려는 것이다. 인프라는 간단하다. 인체를 나무 조각 칩으로 덮고 급속 퇴비화를 통해 흙으로 바꿔가는 것이다.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해 영양이 풍부한 흙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