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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착륙 한 달…퍼서비어런스가 보낸 소리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탐사선인 퍼서비어런스(Perserverance)가 화성에 도착한지 1개월이 지났다. 퍼서비어런스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배치 단계에 들어가 있어 탑재한 다양한 장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엔지니어링팀이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점검이 모두 끝나면 다음 단계에선 2년에 걸쳐 제제로 분화구 내부를 탐사할 예정이다.

물론 이미 검사를 마치고 전개되는 기기도 있다. 슈퍼캠(SuperCam)이라는 카메라는 카메라와 레이저 분광계, 마이크를 이용해 화성에 대한 지질학적 분석을 실시한다. 슈퍼캠은 탐사선 마스트에 설치된 센서와 바디에 장착한 전자기기로 이뤄져 있으며 센서 부분은 무게 5.4kg, 크기는 380×240×190mm이며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가 공동 개발한 것.

나사에 따르면 슈퍼캠은 7m까지 암석을 겨냥해 연필로 그린 점 정도 작은 표적을 향해 레이저를 방사하고 암석을 즉시 분쇄한다. 기화된 암석 성분을 분석해 미생물 흔적이 없는지 또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고 한다.

이번 마스2020(Mars 2020)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원래 호수였다고 생각되는 제제로 분화구에서 생명 흔적을 찾는 것이다. 미생물 자체가 화석 혹은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생물 지표 화합물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슈퍼캠이 보낸 첫 데이터 패킷이 툴루즈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로 보내졌다. 사진에는 두 바위(Yeehgo, Máaz) 표면이 자세하게 찍혀 있다. 원격 감지 기능을 이용해 선명하게 주위 암석을 분석하면 분석 대상을 엄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레이저를 쏘기 전 표적을 미리 확정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 끝낼 수 있다.

슈퍼캠 마이크는 화성 소리도 함께 보냈다. 현재 나사가 공개한 음성 파일 3개 중 하나는 3.1m 떨어진 곳에 있던 바위(Máaz)를 겨냥해 레이저 방사를 하는 것이다. 딸깍거리는 30번 들리는 게 레이저 소리다. 귀를 기울여 보면 딸깍 소리에 강약이 있다. 이런 소리 차이를 듣고 표적 경도와 도장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도착한지 18시간 만에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면 아직 마스트가 본체 갑판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숨막히는 듯 들린다. 그럼에도 화성 광야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어 이틀 만에 녹음한 파일의 경우 이미 마스트를 전개한 상태였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마치 화성 땅에 내려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과 땅울림처럼 울리는 낮은 소리가 그렇다. 화성 대기는 지구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바람도 약하다고 생가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슈퍼캠은 화성 환경음을 파악하고 있다. 지구 이외 태양계 행성에서 찰나 소리를 담아낸 건 인류 최초의 일이다.

나사 측은 슈퍼캠이 이렇게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놀랐다고 말한다. 8년 전 슈퍼캠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이 기능으로 담기 어려운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화성에 도착한 지금은 마법처럼 잘 되고 있다는 것. 슈퍼캠은 퍼서비어런스의 눈과 귀 역할을 해 분석할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암석을 사전 확인하고 레이저를 이용해 분석해 소리까지 담는다. 이런 정보는 앞으로 화성 샘플 리턴 프로젝트에서 어떤 샘플을 지구로 되돌려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샘플 리턴 프로젝트는 인류 첫 시도로 지구 잉외 태양계 행성에서 토양 샘플을 가져오는 장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선 먼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 드릴로 구멍을 파고 땅속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한다. 샘플은 펜 크기 정도 용기에 담겨 일시적으로 화성 표면에 남겨지지만 퍼서비어런스 뒤를 잇는 화성 탐사선에 의해 회수, 다른 탐사선에 옮긴 뒤 지구에 반송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슈퍼캠은 가시광선과 적외선 센서도 이미 데이터를 보내고 있으며 라만분광장치도 무사히 전개되고 있다. 이 분광장치는 라만 산란 원리를 이용해 물질 분자 진동이나 회전 등 정보를 읽어 들인다. 지구 이외 장소에서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도 레이저와 마찬가지로 화성 지질학적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퍼서비어런스는 슈퍼캠 외에도 앞응로 더 확장해나갈 예정인 6개 과학 장비를 싣고 있다. 탐사선 주행 테스트를 계속하고 조만간 소형 탐사 헬기 인제뉴이티(Ingenuity) 전개를 위한 위치 선정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지구 이외 행성에서 첫 비행에 나설 화성 헬기인 인제뉴이티에 퀄컴 측은 자사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내장한 퀄컴 플라이트 플랫폼(Qualcomm Flight Platform)을 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 플라이트 플랫폼은 자율 비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무인 항공기용 기판으로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4K 동영상 촬영, 탐색 비행 지원 등 무인 항공기를 위한 각종 기능을 소형화하고 내구성을 더한 패키지다.

발표에 따르면 지구와 화성 사이는 공전 궤도상 위치에 따라 전파로도 편도 3∼22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지구에서 헬기를 실시간으로 원격 조종하는 건 곤란하며 자율 비행 능력이 요구된다. 또 혹한인 화성의 밤에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헬기 전력 대부분은 보온 히터에 배분되기 때문에 소비 전력이 낮은 것도 중요하다. 또 화성 내 강한 방사선이나 변동이 큰 대기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제트추진연구소가 검토한 결과 퀄컴 플라이트 플랫폼이 화성 비행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 헬기 뿐 아니라 모함 격인 화성 탐사선 통신 시스템에도 퀄컴 플라이트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으며 탐사선과 헬기가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지구로 전송한다. 어쨌든 퀄컴 반도체가 스마트폰이나 오디오, PC,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활동 무대를 우주로 넓히게 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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