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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탄생 32주년…전 세계 3분의 1은 인터넷 연결 못한다

지난 3월 12일은 월드와이드웹 32번째 생일이었다. 1989년 팀 버너스리가 CERN에서 웹 아이디어를 만들면서 이후 세계가 웹에 얼마나 많은 신세를 지게 됐는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 1년 코로나19 상황에선 웹의 고마움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웹은 음악과 소매, 출판, 여행, 교통 등 많은 사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 왔지만 코로나19 하에서는 교육도 온라인 학습으로 크게 변화했다.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가정에서도 학생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저렴한 인터넷 액세스가 없는 지역에선 디지털 격차 불이익을 가장 입은 게 학생이었다. ISP나 모바일 사업자는 전염병 초기 빠르게 대응하고 데이터와 초과 요금을 면제, 학년이 끝날 때까지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지원하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통신사가 2021년에도 이 같은 지원을 계속하려는 건 아니다.

팀 버너스리와 웹 재단을 공동 설립한 로즈메리 리스(Rosemary Leith)는 웹 탄생일에 맞춰 블로그에 게시물을 올렸다. 여기에서 인터넷이 아직도 전 세계에 모두 퍼지지 않은 현상을 지적하면서 웹을 통해 전 세계 문제 해결에 공헌한 젊은이 9명에 대한 공적을 기리고 있다. 전 세계 청소년 중 3분의 1은 인터넷 접속 환경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더 많은 젊은이가 웹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장치, 안정적 연결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것. 실제 유니세프에 따르면 25세 이하 젊은층 중 집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건 상위 3분의 1 뿐이라고 한다. 22억 명에 달하는 젊은이는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온라인 학습을 지원할 안정적 액세스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가정에 인터넷 연결을 하는 건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 중 33%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국가별로 보면 국가간 디지털 격차를 알 수 있다. 0세에서 25세는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수입이 많은 국가에선 87%였던 반면 소득이 적은 국가에선 6%에 불과했다.

버너스리와 리스는 청소년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집단 괴롭힘이나 허위 정보, 기타 위험한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 탓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할 생각이 없어져 버릴 가능성도 있다. 인종이나 종교, 성적 취향과 장애, 성별 등으로 괴롭힘 대상이 되기 슁운 사람은 이런 우려가 더 높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디지털 격차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될까. 얼마나 많은 미래 리더의 목소리가 유해한 인터넷에 의해 지워지고 있을까. 이런 다양한 장애물을 감안할 때 이들이 블로그에 언급한 청소년 9명의 성공은 거의 기적이다.

예를 들어 아비 시프먼(Avi Schiffmann)은 고등학교 재학 중 코로나19 추적 사이트(ncov2019.live)를 시작해 전 세계 코로나19 통계 데이터를 추적 가능하게 했다. 그는 또 다른 사이트(2020protests.com, whoto.vote)를 통해 BLM 시위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동향을 추적하기도 했다.

헤라 후세인(Hera Hussain)은 8년 전 성별을 이유로 한 폭력 생존자를 지원하는 활동(Chayn)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원자는 전 세계에서 38만 명에 달하며 15개국에서 자원봉사자 400명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안 망겐가(Ian Mangenga)는 여성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지원을 위한 NPO인 DGA(Digital Girl Africa)를 시작하고 디지털 경제에서 여성이 큰 힘을 갖게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례는 전세계 청소년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킨 사례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버너스리는 모든 청소년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고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자금 제공과 보조금, 지역 사회 네트워크 지원을 통해 웹을 지구상 모든 젊은이의 손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선 얼마 전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한 법안(Accessible, Affordable Internet for All Act)이 하원에 제출된 바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800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이를 통해 미국 전역에 광대역 인프라 부설이 가능하다. 이 법안은 현재 안정되고 저렴한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지역이나 도시에 집중하고 100Mbps 연결 속도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의원이 미통신위원회 FCC에 대해 100Mbps를 고속 광대역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내 문제는 주요 ISP가 특정 지역이나 도시 인터넷 연결을 독점해버리는 것이다. ILSR(Institute for Local Self-Reliance)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적어도 8,330만 명에게 광대역 선택은 1개 밖에 없다. 컴캐스트(Comcast)와 차터(Charter)만 해도 4,700만 명이 독점하고 있다. 다른 주요 ISP는 불모지에서 오래되고 불안정한 DSL 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이들은 길거리 갱단처럼 잔디를 나누지만 지방 작은 시장에 들어갈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다. 버너스리는 수십억 명에게 배우고 일하고 생성 도구를 제공해 미래 세대에 대한 선행 투자는 경제 성장과 사회 능력을 키워 결국 큰 수익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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