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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농업, 미래 식량 생산의 열쇠?

기존에 밭 대신 최근에는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작물 성장이 가능하며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이 주목받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인류는 기존 농업을 크게 전환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2050년까지 지구 인구는 90억 명에 이를 전망이며 인구 증가에 따라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농업은 대량 토지와 물을 필요로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담수 중 70%는 농업에 사용된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재래식 농업으로 상당한 인구 증가를 대응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인류는 숲과 초원을 농지로 바꿔왔지만 새롭게 농지로 이용 가능한 토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미 남미만큼이나 큰 면적이 농경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 기후변화와 과도한 경작, 토양 침식 등 요인으로 인해 농지로 이용 가능한 토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구 증가와 농지 감소로 인해 미래에는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포함한 음식을 섭취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더 많은 음식을 더 작은 공간에서 생산하려는 숙제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실내 식물 공장에 구축하는 수직 농업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수직 농업에 참여해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직농업은 말 그대로 공간을 수직으로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농업 방법이다. 기존에는 밭에서 지상 면적만큼만 식물을 재배할 수 있었지만 수직 농업에선 수직 공간을 활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더 많은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거리에 있는 고층 빌딩이나 창고 등을 이용해 농업이 가능해진다.

수직 농업에 중요한 요소는 물리적 레이아웃, 조명, 지속가능성, 생육배지 4가지다. 물리적 레이아웃은 재배자와 같은 매체를 수직으로 쌓거나 지상에서 수직으로 뻗은 매체를 이용해 여러 식물을 재배해 해결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평면 공간에서만 재배를 하는 것보다 작물 수확량은 증가할 전망이다.

수직농업은 대부분 자연 태양광을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광합성을 통해 성장하는 식물을 키우려면 인공조명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식물공장 조명으로는 LED 조명이 쓰이는데 최근에는 LED 조명 비용을 절감하고 10달러 이하로 만들고 전구 수명도 5만 시간까지 늘었다. LED 조명 발달은 식물공장 운영비용을 크게 낮추고 수익을 증가시키는 걸 가능하게 해준다. 또 식물공장 조명은 보라색과 핑크색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광합성에 관여하는 빛 파장이 청색과 적색이기 때문이지만 파장은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 효율 관점에선 식물공장 조명을 파란색과 빨간색 2가지 색 빛을 섞은 색조로 한다고 한다.

또 식물공장에선 보통 토양을 이용하지 않는 재배 방법을 이용한다. 흙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 방법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식물공장에서 쓰이는 기법은 다양하다. 첫째는 수경재배(Hydroponics)로 불리는 가장 일반적 유형. 수경재배에선 영양을 풍부하게 함유한 물로 뿌리를 적시고 물과 영양을 공급한다. 식물 공장 내 수경재배는 물을 효율적으로 재상용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규모 확대가 쉽다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2번째 방법은 공중재배(Aeroponics). 토양이나 태양도, 물 공급도 필요하지 않은 독특한 재배 방법으로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개발한 것이다. 영양을 포함한 양분을 식물에 분무해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주며 기존 농업보다 물 사용량을 90%나 줄일 수 있다. 또 이 방법으로 재배한 식물은 미네랄과 영양소를 더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3번째 방법은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조합한 시스템이다. 먼저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재배하고 물고기 배설물에서 유래한 영양소를 포함한 양식장 물을 식물 수경재배에 이용한다. 또 수경재배에 이용한 물은 여과해 다시 양식장에 사용한다. 아쿠아포닉스는 생산적이고 균형 잡힌 방법이지만 양식과 식물 재배를 조합한 복잡함 탓에 그리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식물공장은 지속 가능성이 높은 농업으로 전 세계 식량 공급을 지원할 수 있다. 식물 공장 운영에는 수많은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지만 빗물을 저축할 저축 탱크와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량 생산 중심을 기존 농업에서 식물 공장으로 전환하는 건 작물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것 이상으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통 밭에선 1m2당 3.9kg 상추를 수확할 수 있는 반면 250리터 물을 이용하며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 등에 보내려면 미국 같으면 3,200km 거리를 운반하기도 한다.

반면 도시에 구축한 식물 공장에선 1m2당 80∼120kg 상추를 생산 가능하지만 사용하는 물은 1리터에 불과하다. 교외 밭에서 만든 것도 아니어서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 운반 거리도 70km 안팎이다. 토지와 기후 조건에 좌우되지 않아 어디서나 건조할 수 있고 1년 내내 음식을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식물 공장이 건설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에어로팜스(AeroFarms)는 뉴어크에 6,500m2에 달하는 거대한 식물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900톤에 이르는 영양이 풍부한 야채를 수확해 미국 북동부 지역 슈퍼마켓에 팩 포장 상태로 판매한다. 또 싱가포르항공 기내식도 에어로팜스가 생산한 야채를 이용한다.

전 세계 기업이 식물 공장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식물 공장에서 만들어진 야채가 식탁에 흔하게 오를 날도 머지않을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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