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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기는 19세기까지 의료현장서도 무시했다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책으로 세계보건기구 WHO는 손을 씻는 걸 권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당연한 손을 씻는 것도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의료 현장에서조차 실현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양한 기술과 의료 기술이 발전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장려되는 게 손을 씻으라는 것이라는 점은 놀라울 수 있다. 스토니브룩대학 역사학 교수인 낸시 토메스(Nancy Tomes)는 유행성 관련 역사로 이번 같은 이벤트를 경험하는 건 마치 타이타닉 승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또 결핵이나 천연두 감염이 사망 원인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중에게 손을 씻는 게 장려된 20세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일부 문화에선 화장실이 종교 의식으로 수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손에 묻은 먼지나 미생물에 의해 질병이 퍼진다는 생각은 19세기 후반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화장실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는 젠메르와이스(Ignaz Philipp Semmelweis)라고 지적한다. 헝가리왕국에서 태어난 그는 비엔나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시기 같은 병원에 있음에도 왜 산부인과마다 산모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다른지 문제에 직면한다. 산모 사망률이 높은 산부인과는 의대생 교육도 겸한 곳이며 산부인과로서 업무와 병행해 해부 등 실습도 이뤄진 반면 산모 사망률이 낮은 곳은 전문 산부인과 의사만 근무하고 있었다.

의대생 교육을 겸한 첫 산부인과에선 질병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를 해부하기 위해 빈소에 들어가고 해부하고 사인을 찾은 뒤 그대로 산부인과 업무를 위해 출산을 돕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당시 의사는 손을 씻는 습관도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선 시신을 해부한 의사 손을 통해 감염이 산모에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이 점을 주의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가 근무하던 1840년대는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세균학이 확립되기 이전 시대다. 각종 질병을 미생물이나 세균이 일으키는 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대신 부패한 시체나 하수 등으로 알리기 위한 독기에 의해 질병이 확산되고 믿고 있으며 의사는 독기를 막기 위해 단단히 창을 닫으라는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그의 친구인 의사가 시신 해부 중에 메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다치게 해버렸다. 그 의사는 산모가 사망하는 것과 같은 병에 걸려 사망하고 말았지만 이 과정을 알고 있던 젠메르와이스는 빈소에 시신에 질병 원인이 되는 입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의사 손을 통해 산모 체내에 입자가 반입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는 첫 번째 산부인과 의사가 부검실에서 나와 환자를 처리할 때까지 사이에 차아염소산칼슘을 이용해 손과 기구를 세척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실험 전 산부인과에서 산모 사망률은 18%였지만 분만실로 가기 전 소독을 의무화한 결과 사망률은 1%까지 하락했다고 한다.

눈부신 성과를 보였지만 불행하게도 의사 손을 통해 질병이 전염된다는 그의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큰 반발에 직면한다. 젠메르와이스의 이론이 부정된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을 걸어 다니는 샬레(Schale. 미생물 배양 접시)로 받아들이는 개념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비엔나 의사들은 대다수가 중류나 상류 계급 출신이며 자신이 노동자 계급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의 손이 깨끗하지 않아 환자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것이라는 이론에 모욕을 느낀 것이다.

낙담한 그는 쇠약해졌고 1865년 보내진 정신병원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통설에 맞지 않는 새로운 사실을 거절하는 경향,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향을 일컫는 젠메르와이스 반사(Semmelweis reflex)라는 말은 그의 이론이 기존 이론을 믿었던 의사들에게 이해되지 않은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는 이 이론을 발표한지 40년이 경과했을 무렵 의학계에 세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세균이 발견됐다. 위생 관념은 크게 변화하고 의사도 본격적으로 손을 씻게 된다. 영국 외과 의사인 조지프 리스터는 화장실과 수술기구 소독 효과를 속속 발표해 소독 수술 선구자가 됐다.

또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뀔 무렵 결핵 감염을 방지하는 대규모 공중 보건 캠페인이 실시됐다. 결핵 캠페인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어린아이에게 손을 씻어 청결하게 하는 규칙을 가르친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입이나 피부, 머리카락과 수염에 세균이 부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악수와 키스를 두려워하게 됐다. 젊은이들이 면도를 하게 된 것도 세균 부착을 두려워한 심리도 일부 작용했다고 한다. 또 식품이 개별 포장되어 팔리게 된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공중 보건 의식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감염 자체가 감소하고 감염에 효과적인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선 공중 보건에 대한 위기의식이 흐려졌다. 이후 1970년대 성병이 증가했을 때 등 정기적으로 위생 관념이 높아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할 때까지 손씻기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2009년 연구에선 소변 후 여성은 69%, 남성은 43%만 손을 씻으며 배변 후에는 여성 84%, 남성 78%가 손을 씻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식사 전에 손을 씻는 건 여성 중 7%, 남성 중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2018년 손씻기가 얼마나 감염 유행에 유효한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화장실을 잘 안 가는 그룹과 평소보다 5∼10배 자주 ( 손씻기를 위해) 화장실을 간 그룹과 비교하면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이 4분의 1로 감소하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아직 치료와 효과적인 약효 성분이 특정되지 않은 새로운 감염이 대유행한 시점에선 화장실을 철저하게 쓰는 게 거의 유일한 대책일 수 있다. 의약품이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비제약적 대책이라는 것이다. 손을 씻는 건 간단하고 빠른 실행,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다. 입과 코, 눈을 만지기 전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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