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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고래는 왜 암에 걸리지 않을까

코끼리는 암에 걸리기 어려운 메커니즘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코끼리 뿐 아니라 대다수 대형 동물은 암에 걸리기 어렵다. 세포 수는 많은데 세포 오류에서 발생하는 암은 존재하지 않는 모순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에 대해 과학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인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가 해설한다.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수억 개에 이르는 단백질이라는 부품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포 하나하나가 에너지를 대사물질 분해와 재구성을 반복하며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으로 생물은 자신의 몸을 유지한다. 하지만 몇 년간 경과하면 체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반응이 반복되는 동안 어딘가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작은 오류가 겹쳐 쌓이면서 결국 복구가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포는 자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 구조가 잘 작동하지 않아 폭주하기 시작해버릴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암세포의 탄생이다. 생물의 몸에는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체계가 있지만 그래도 암세포가 남아 버리면 결국 암 발병에 이른다.

곤충이든 큰 동물이든 세포 크기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몸 크기와 세포 수는 기본적으로 비례한다. 그렇다면 세포는 적고 수명이 짧은 동물은 암 발생률이 낮고 반대로 세포가 많고 수명이 긴 동물은 암의 발생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쥐와 쥐보다 50배나 장수하고 세포 수가 수천 배에 이르는 인간의 암 발병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인간보다 3,000배에 이르는 세포 수를 갖고 있는 고래는 전혀 암에 걸리지 않는다. 이게 바로 페토의 역설이다.

고래 뿐 아니라 많은 대형 동물은 몸 크기에 비해 암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으로 과학자들이 제창하는 가설은 크게 2가지다. 진화와 하이퍼 종양(hypertumor)이 그것. 먼저 진화는 진화의 과정에서 암 발병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익혔다는 설이다. 암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생물이 대형화의 길로 멸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재 남은 대형 동물은 암에 면역이 있다는 것이다. 원래 암세포는 단지 운이 나빠서 암이 되는 건 아니다.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발암 유전자 변이가 겹치면서 발생하는 것. 이렇게 세포가 자살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면역 능력과 급속하게 증식하는 능력, 증식에 필요한 영양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결과 암세포가 태어난다.

하지만 발암 유전자에게는 암 억제 유전자라는 강적이 존재한다. 암 억제 유전자는 유전자 오류를 복구하거나 복구가 불가능해진 세포를 적절하게 자살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큰 동물은 암 억제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쥐보다 코끼리 쪽이 암 발병에 필요한 오류의 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능력을 획득하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일설에는 코끼리는 노화가 빨리 진행되고 상처 치유가 느리다고 한다.

페토의 역설에 대한 또 다른 대답은 하이퍼 종양이다. 하이퍼 종양은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의미하는 중복기생자(Hyperparasite)로 만든 말이다. 다시 말해 암에 있는 암이라는 얘기다. 마음대로 숙주 영양을 박탈하고 증식하는 암은 어떤 의미에선 기생충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암세포는 불안정 변이도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일단 암세포가 숙주를 배반한 것처럼 암 종양을 배신한 암세포가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다. 새로 발생한 암세포가 자신의 혈관을 끌어들이고 영양을 차단하면 원래 암 종양은 영양 부족이 되어 사멸해버린다. 이 사이클은 무제한이 없기 때문에 암 종양에 생긴 종양에 새로 암 종양이 되는 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 작용에 의해 암이 심화하지 않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게 이 가설이다. 만일 암 2g이 발생하면 쥐는 전체 체중 중 10%에 종양이 침범하는 사태로 생명을 위협 받는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전체 체중의 0.002%, 푸른 고래는 0.000002% 밖에 되지 않는다. 거대한 고래가 암으로 죽지 않는 수수께끼의 정체도 실제로는 작은 암 종양은 무수히 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밖에 세포 구조가 다르다는 설과 대사 메커니즘 차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앞으로 대형 동물에 암이 적은 이유가 밝혀지면 획기적인 암 치료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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