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나비 날개는 센서·방열 기능 갖춘 첨단 기관”

나비의 날개는 하늘을 나는데 필요한 기관이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막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나비의 날개를 철저하게 연구한 결과 나비의 날개는 방열판이나 센서, 체액을 순환시키는 펌프 등 역할을 가진 다기능 기관이라는 걸 발견한 것.

콜롬비아대학 응용 물리학 연구팀은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 부전나비과(Lycaenidae) 날개에서 신중하게 분리해 내부 구조를 조사한 결과 나비 날개에 살아있는 세포에서 형성된 감각기관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나비의 날개는 이른바 빛의 벡터를 검출하는 패널과 같다고 말한다. 나비는 시각을 사용하는 게 아니더라도 깃털을 이용해 태양의 강도와 방향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감각기관 뿌 아니라 페로몬 생성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후각 패드(scent pad)라는 기관이나 체액 순환을 하는 깃털의 심장(wing heart)이라는 기관도 발견했다. 수컷 나비의 날개에 있는 후각 패드에는 혈구를 포함한 체액이 흐른다. 후각패드 부근에는 마치 펌프처럼 깃털 심장이 존재하며 분당 수십 회 박동에 의해 체액 순환을 돕는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나비의 날개가 불활성막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구조를 가진 기관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살아있는 세포는 적절한 온도 하에 있지 않으면 사멸해 버리는데 연구팀은 나비 날개에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나비의 날개 온도 분포를 조사한 결과 나비 날개의 생체 조직에서 방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비 날개에는 4종류 구조가 있어 이런 미세한 구조는 빠른 방열에 기여한다. 이런 작용에 의해 효율적으로 열이 방출되는 덕에 나비 날개의 살아있는 부분은 그냥 막 부분보다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연구팀은 또 나비가 날개를 이용해 빛 방향을 감지하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나비 날개에 레이저를 맞추고 이 모습을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해봤다. 레이저가 조사되면 나비 날개가 점점 가열되어 간다. 그러자 나비는 방향을 전환해 날개가 과열되지 않게 방향을 조정한다. 또 날개가 열린 상태에서 날개 부분에 레이저를 맞히면 깃털을 닫는다. 날개 온도가 40도가 넘으면 조사 대상이 된 나비는 모두 날개 과열을 방지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나비의 날개에서 볼 수 있는 나노 구조는 열을 방출하는 냉각재 디자인에 영감을 줄 만하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나비 날개에 있는 수많은 이런 센서는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복잡한 비행 패턴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비행 역학에 근거할 뿐 아니라 통합 감각 시스템으로 설계된 나비 날개를 연구하기 위한 복잡한 공기 역학적 조건에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비행기 날개를 개발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