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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이 말하는 2010년 극심했던 기후변화

2010년대는 기후 변화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진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후 변화는 지난 수십 년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기후 과학자가 예측했던 게 현실이 된 것. 10년간 북극에 항상 얼음이 있거나 비교적 온화하던 날씨도 당연하다는 듯 끝나는 등 불안정한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기후 변화 충격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느끼지만 위성에서 보내온 영상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상 450∼800km를 통과하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유럽우주국 ESA 위성은 지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북극에서 남극까지 획기적인 발견을 가져다주는 건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어 수백 개 후보 중 어디나 선택할 수 있겠지만 캐나다 북극권에 위치한 배핀섬 만년설(Barnes Ice Cap)은 마지막 빙하 시대 캐나다 북쪽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덮고 있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 중 하나였다. 지난해 초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만 5,000년 전에 생긴 얼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10만년 전부터 남아있던 얼음이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나사 위성 사진에선 빙하가 줄어 어두운 색상으로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얼음 표면이 어두워지면 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융해가 가속화된다. 모두 녹으려면 아직 몇 세기가 걸리겠지만 최근 수십년 변화를 보면 빙하가 사라진다는 운명은 정해진 듯하다.

미 서부에서 2010년대에는 온난화로 인한 건조하고 기온 상승 탓에 발생한 산불은 캘리포니아의 대명사처럼 됐다. 관측 사상 최대 규모 산불 상위 5개는 2010년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 10건 중 7건은 2010년대에 기록된 것이다.

2017년 일어난 북부 캘리포니아 산불 탭스파이어(Tubbs Fire)는 관측사상 2번째로 큰 피해를 안겼다. 산타로사 노스베이에서 이 화재는 3만 7,000에이커 면적 5,363채에 이르는 구조물을 태웠다. ESA 위성 이미지는 진화 직후와 2년 뒤 모습을 파악했는데 산불 피해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재건은 아직도 초기 단계일 뿐이다.

이 산불은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줬지만 이듬해인 2018년 발생한 캠프파이어는 그 피해를 넘어섰다. 이젠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되살려야 할지, 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남극 반도에 위치한 라르센C에서 분리된 빙산은 기후 과학자 사이에선 높은 관심을 모았다. 라르센C에서 균열이 발견된 건 2016년. 해수면에 걸쳐 얼음층 균열이 계속 늘더니 거대한 빙산이 분리되어 남아 있는 얼음층과 그 뒤에 이어지는 빙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균열 발견 1년이 지난 2017년 7월 마침내 빙산(Dubbed A68)이 분리됐고 5,800km2에 이르는 면적 빙산이 바다로 떨어져 나갔다.

라르센C 얼음층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근처에 위치한 라르센A와 B는 각각 1995년, 2002년 붕괴됐다. 따뜻해진 해수에 의해 얼음이 녹고 있지만 이런 붕괴와 분리는 거의 자연현상이라고 한다. 분리된 빙산은 어떻게 될까. 아직 남극 반도 앞바다를 한가롭게 북상하고 있다. 난류에 도착하면 얼음에서 액체로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아랄해가 줄기 시작한 건 2010년대보다 오래 됐지만 2010년대 들어서도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이 내해는 1960년대 소련이 농업을 위해 유입 하천 2곳을 막으면서 축소되기 시작했다. 온난화로 인한 가뭄이 더해지면서 사막화가 진행되어 지역 기후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위성사진을 보면 2010년대 아랄해 동쪽에 있던 물은 사라지고 물이 확인되는 건 서쪽 뿐이다. 댐 덕분에 다소 수위가 오른 곳도 있지만 남쪽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 드루 포인트(Drew Point)는 미국 최북단 도시 배로(Utqiagvik)에서 110km 남동쪽 연안에 위치하고 있다. 겨울에는 태양이 뜨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깜깜하고 너무 추워서 북극곰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건 급격하게 진행되는 해안 침식이다.

폭풍과 바다 얼음 융해가 겹치면 주택만한 크기의 영구 동토와 툰드라가 바다로 사라져 버린다. 최근에는 침식에 의해 1년간 최대 1.5m씩 해안선이 후퇴하고 있다고 한다. 침식하면 영구동토에서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해안선을 잃는 어려움에 직면하는 건 마을 뿐 아니라 북극 연안 지역 전체에 닥친 문제다. 알래스카 북서부 키바리나 마을은 침식으로 살 수 없게 되고 미국에선 기후 난민으로 이주하는 첫 번째 장소가 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2010년대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조금 진전은 됐다고 할 수 있다. 텡저솔라파크(Tengger Solar Park)는 중국 닝샤 후이족 자치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 발전소로 넓이는 41km2에 이른다. 1.5기가와트 발전 용량을 갖췄고 일반 미국 가정이라면 38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중국이나 전 세계에 2010년대 풍력과 태양광이 급성장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풍력과 태양광을 합쳐도 전 세계 발전량 중 10% 밖에 안 되며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온난화의 파괴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202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8%씩 절감해야 한다. 이런 거대한 태양 발전소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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