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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1조개 넘는 ‘사상 최대 컴퓨터 칩’

기계학습과 딥러닝 전용 칩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가 사상 최대 규모 컴퓨터 칩인 웨이퍼 스케일 엔진(Wafer Scale Engine)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20×20cm 크기에 무려 1조 2,000억 개에 달하는 트랜지스터를 탑재하고 있다. 이 기업은 웨이퍼 스케일 엔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지난 8월 19일 스탠포드대학에서 열린 마이크로프로세서 관련 콘퍼런스인 핫칩스(Hot Chips)에서 발표했다. 면적은 4만 2,225mm2에 SLA 코어 40만 개가 대역폭 100Pb/sec로 연결되어 있다. 처리용으론 최대 규모 칩인 것. 지금까지 최대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인 테슬라 V100이지만 이보다 56.7배나 크다.

지난 2002년 인텔이 발표한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아이타니엄(Itanium)은 2억 2,100만 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했다. 하지만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이보다 5,000배에 이르는 1조 2,000억 개를 담았다. IBM의 파워9 신모델이 탑재한 트랜지스터도 80억 개라는 걸 감안하면 규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또 18GB SDRAM을 갖췄고 9Pb/sec 메모리 대역폭을 지원한다. 제조는 TSMC의 16nm 제조공정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만큼 거대한 칩이 되면 웨이퍼에 있는 코어 중 결함이 포함될 수 있다. 보통 이런 결함이 있는 불량 칩은 폐기하지만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40만 개 이상 코어를 탑재했고 결함으로 코어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걸 상정한 중복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 거대 칩은 제조 뿐 아니라 냉각 문제도 있다. 컴퓨터 키보드 정도 크기인 칩을 냉각시키려면 기존 냉각 시스템인 방열판과 팬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냉각수가 통과하는 파이프를 직접 설치해 직접 칩을 냉각하는 수냉식 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 칩이 너무 커서 기존 패키지에 들어가지 않아 제조사 측은 웨이퍼 스케일 엔진 전용으로 최적화한 냉각 시스템과 커넥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제품은 개인용 PC를 위한 건 아니다. 기계학습이나 딥러닝 실험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걸 상정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AI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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