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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전블리자드의 ‘월드오브텍스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으로 잘 알려진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회사 중 하나다. 택스워치UK(Tax Watch UK)가 월드오브텍스크래프트(World of TaxCraft)라는 제목을 내걸고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조세 회피 기법을 밝혀 눈길을 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해외 사업 대부분은 네덜란드에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터내셔널 BV(Activision Blizzard International BV)가 맡는다. 이곳의 2017년 세전 이익은 5억 5,600만 유로이며 지불한 법인세는 720만 유로다. 세계 최대 게임사로는 작은 액수였다.

이 같은 괴상한 구조가 생긴 이유는 이익 대부분이 버뮤다에 적을 둔 직원 제로인 기업 ATVI CV와 바베이도스에 위치한 비슷한 기업인 ATVI 인터내셔널 SRL(ATVI International SRL)에 대한 로열티 지불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유한 지적재산권 중 상당수는 ATVI CV에 판매되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터내셔널 BV는 2개를 통해 라이선스를 얻는 데 지나지 않는다. 2013∼2017년까지 5년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터내셔널 BV가 양쪽에 지불한 로열티는 5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미국 국세청에 포착됐고 ATVI CV는 자회사인 액티비전 퍼블리싱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과소 지불했다며 양사에 2009∼2016년치 추가분 14억 달러 지불을 명령했고 3억 4,500만 달러 추가 징수가 발생했다.

영국에서 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사업을 맡는 건 액티비전 블리자드 UK(Activision Blizzard UK)다. 이곳의 2017년 수익은 7,500만 파운드였지만 세전 이익은 51만 6,000파운드 밖에 안 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UK의 수익은 회사의 실제 수익 중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사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영국 시장이 회사 전체 수익 중 1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한 해 수익인 48억 달러에 적용한다면 액티비전 블리자드 UK의 수입은 5억 7,200만 달러일 것으로 추정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UK의 이익을 작게 계상한 건 이 회사를 LRD(Limited Risk Distributor)로 했기 때문이다. LRD는 주식 거래 등 비즈니스 위험을 모회가 갚도록 하고 한정적 위험 하에서 영업하는 자회사다. LRD가 되면 자회사 혜택 상당수를 모회사 이익으로 계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UK의 모회사가 등장한다. 바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터내셔널 BV다. 이곳의 이익은 ATVI CV 등에 대한 로열티 지불로 사라지기 때문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UK의 이익은 어디에서도 과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UK 측은 국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표현하지만 자금 흐름을 둘러싸고 영국 관세청과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프랑스 자회사 역시 세금 당국과 분쟁을 벌인다. 이자와 벌금으로 5억 7,100만 유로 지불 명령을 받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 명령에 대해 법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태세라고 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조세 회피 테크닉은 이 뿐 아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015년 스마트폰용 인기 게임 캔디크러시사가(Candy Crush Saga)로 알려진 스웨덴 게임 제작사 킹(King)을 인수했지만 이 회사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킹 사업에 대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미다스플레이어(Midasplayer)가 실질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곳은 2017년 2억 8,3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1,770만 달러 법인세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 매출액에는 소비자로부터 얻은 수익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캔디크러시사가 이용약관에 따르면 미국 내 사용자는 델라웨어에 있는 킹닷컴과 달리 몰타에 있는 킹닷컴 리미티드와 계약한다. 사용자 결제 금액은 두 회사의 수익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킹 본사를 포함한 그룹 내 여러 회사가 두 회사의 하청회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국과 스웨덴을 포함한 여러 세무 당국이 킹 그룹의 이전 가격에 대한 조사에 착수 중이다.

이전 가격이란 그룹 내 기업간 거래에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킹 그룹이 만일 서비스의 이전 가격을 과소 평가했다면 영국과 스웨덴의 과세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또 이전 가격 문제와 별도로 스웨덴 세무 당국이 킹 그룹의 의심스러운 회사간 자산 이전에 대해 4억 달러 세금을 청구 중이라는 정보도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지급 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건은 킹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인수됐을 때 거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텍스워치UK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얽히듯 복잡한 기업 구조는 회사의 이익에 대한 과세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과세를 면한 자금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존재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며 강력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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