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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인터넷, 프로젝트 룬에 부는 역풍

알파벳 산하 룬(Loon)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은 테니스 코트 크기 열기구를 성층권에 띄워 지상 직경 40km 범위에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올해 첫 상용 운전에 나서기도 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프로젝트 룬은 높은 고도에 위치한 여러 열기구가 서로 통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 지난 2013년 뉴질랜드에서 첫 실증 실험을 시작했고 이후 개선과 실험을 거듭해왔고 올해 케냐에서 첫 시험 상용 운전을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케냐 항공당국은 7월중 최종 승인에 서명할 예정이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케냐 제3 통신 사업자인 텔레콤케냐(Telkom Kenya)와 제휴해 4G 통신을 케냐 산악 지역에 제공할 전망이다.

프로젝트 룬은 시작부터 통신망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는 시도로 주목받았고 지난 4월에는 소프트뱅크가 자회사를 통해 1억 2,500만 달러를 출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룬 측은 성명을 통해 오랜 기술 개발과 3,500만km 이상 비행 기록, 수십만 명에 이르는 사람과 웹을 연결한 실적으로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과 연결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룬이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인도네시아 텔레콤인도네시아(Telkom Indonesia)와 뉴질랜드의 보다폰 뉴질랜드(Vodafone New Zealand), 프랑스 오렌지(Orange) 같은 통신 사업자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오렌지 측 아프리카 지사 관계자는 케냐에서 사업은 룬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룬의 열기구는 몇 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비용 문제가 첫째. 열기구 하나에 수만 달러 가량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다. 또 플라스틱 외피 부분이 열화될 수 있어 5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

또 설치 장소도 몇 가지 제한을 받는다. 룬 열기구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동력원으로 하는 만큼 운영은 연중 풍부한 햇빛 조사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또 도시 지역과 가까운 장소에 설치하면 기존 통신에 장애를 줄 가능성도 지적된다. 또 안정된 기류를 관측하고 열기구를 일정 지역에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일단 열기구가 바람에 휩쓸려 이동하면 지상 사용자와 통신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룬은 정치적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룬은 케냐에 앞서 2016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시험을 시작했다. 세계 4위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2억 6,000만 명이 수천 개 섬에서 생활하는 도서 국가다. 룬은 당초 일반 통신 인프라를 부설할 수 없는 이곳에 인터넷을 뿌리 내릴 시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룬은 열기구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음모론,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한 구글 탈세 의혹 등 어려움에 직면한다. 룬의 인도네시아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런 어려움은 인도네시아 관계자를 구글 본사에 초대했을 때 이슬람 관계자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제공한 게 발단이 됐다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룬은 지난 6월 들어서 겨우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예비 허가를 받았지만 국방부는 카메라 검사를 포함한 보안 검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룬이 인도네시아에서 정상 운용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 밖에 룬과 오랫동안 협의를 해온 스페인 통신 사업자인 텔레포니카(Telefonica)도 최근 들어 기존 통신 시설에 태양광 발전 도입을 추진하는 등 룬 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룬 도입이 기대되던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도 태풍 영향을 받기 쉬운 열기구의 성질에 대한 우려로 재해에 강한 휴대전화 기지국을 대안으로 찾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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