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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와 스페이스 콜로니

지난 5월 아마존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소유한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 대표로 회견을 열어 2024년까지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계획 속에 나오는 우주로의 이주 이미지는 제프 베조스가 처음 생각한 게 아니라 40년 전 물리학자 1명이 주장한 장대한 구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고 한다. 회견에서 제프 베조스는 미국 물리학자 제러드 오닐(Gerard Kitchen O’Neill)의 얘기를 소개했다. 그는 1969년 어느 날 강의 중 학생들에게 외계 행성 표면은 인류가 태양계에 진출하는 가장 좋은 장소인지를 물었다. 직관적으로 지구와 같은 별 표면은 인류의 활동 거점으로 좋다. 하지만 오닐은 학생들과 다양한 계산을 실시한 결과 이론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유는 지구 옆에 있는 화성이나 금성은 지구보다 표면적과 중력이 작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식량 전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오닐은 1975년 여름 새로운 우주 진출 구상을 발표한다. 오닐의 구상은 외계에서 인류가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 정거장인 스페이스 콜로니(Space Colony)를 태양과 달, 지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라그랑주점에 설계하자는 것이었다.

오닐의 생각을 보면 스페이스 콜로니는 지름 3∼6km, 길이는 30km이며 거대한 원통형으로 이뤄져 있다. 내벽에는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원통이 회전하면서 인공 중력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이동식 거울을 이용해 태양광을 반사해 내부에 가져와 밤낮을 만들어내자는 아이디어도 곁들였다.

물론 불행하게도 스페이스 콜로니 건설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스페이스 콜로니는 바로 이 오닐의 구상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프린스턴대학에서 전기 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제프 베조스는 오닐에게 사사를 했다고 한다. 베조스가 오닐의 구상을 바탕으로 우주 진출 구상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베조스가 프레젠테이션 도중 나타는 사진 이미지는 오닐의 스페이스 콜로니 내부를 재현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스페이스 콜로니 계획은 물리학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방식에 따라 발표한 구상이지만 지금은 40년 전 내용과는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닐은 환경 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닐의 계획대로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할 수 있더라도 내부에 복잡한 환경 생태계를 지구상처럼 유지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베조스 역시 환경 생태계의 복잡성과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또 발표 도중 베조스는 오닐과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담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시모프는 오닐의 스페이스 콜로니 게획 같은 구상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면서 SF 작가라는 게 행성 우월주의자, 인간은 지구상에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아시모프는 우주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북아일랜드 같은 걸 건설하면 지구상 분쟁이 끝날 것이라고 다소 냉소적으로 말하거나 오닐은 진짜 문제는 아내와 함께 우주에 가겠냐는 것이라며 아내가 요리를 좋아해서 우주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싶어하지는 않겠냐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남는 불확실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베조스가 ICT 기술 업계의 리더이자 부동산 개발자이기도 하다면서 그의 계획이 미래 지구는 산업 지역과 상업 지역 2개로 나뉘어져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어떠냐는 말로 베조스의 계획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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